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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 사회의 선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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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 사회의 선결 과제

입력
2013.05.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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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들에게 이유 없이 맞고 돈을 뺏기는 일상에 지친 여중생이 죽음을 결심하고 인천경찰청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마지막 전화를 걸어왔다. 상담직원과 3시간이 넘는 대화 끝에 자살을 만류할 수 있었고 8명의 가해자도 검거할 수 있었다. 현재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고 피해학생은 경찰 케어팀과 함께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충격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경찰은 국정비전 '국민 행복, 희망의 새시대'의 전제조건인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를 출범시켜 조직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그리고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경찰 중심의 치안 모델에서 벗어나 국민이 바라는 경찰상과 시대적 요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가 아닌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 왜 '4대 사회악'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있을 것이다. 성폭력은 평생 피해 회복이 어려우며 단 한 건이 발생하더라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된다. 배움의 터전인 학교에서의 폭력은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목격한 친구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적 영역으로 여겨지던 가정폭력은 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로 흉포화 되고 있다. 폭력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또 다른 범죄에 발을 담그는 악순환이 계속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생존의 기본인 식생활에 대한 불신은 신뢰사회의 큰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듯 4대 사회악은 한 개인의 일생을 무너뜨리고 이를 지켜보는 사회 구성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국민건강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불신을 조장하기 때문에 경찰은 이들 범죄 근절에 더욱 무게 중심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순간에도 112 순찰차는 우리 주변에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예방 순찰하고 있으며, 범죄가 발생하면 전 경찰이 밤낮 가리지 않는 등 경찰의 기본업무를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4대 사회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성과에 매몰되어 오히려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인권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가 음지에 묻히지 않도록 그리고 상처가 빨리 치유되어 우리 사회가 안전에 대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경찰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5일 새벽 술에 취해 걸어가는 20대 여성을 차에 태워 납치하려는 것을 목격한 시민 3명이 이를 제지하고, 또 다른 시민이 도망간 차량 번호를 경찰에 제보한 일이 있었다. 도주차량은 택시기사들에게 도주·수배 차량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차량 발견 시 신고를 받는 인천 콜시스템을 통해 결국 붙잡혔다. 자칫 성폭력 등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여성을 용감한 다섯 시민이 힘을 모아 구한 것이다.

많은 범죄들이 통계와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런 범죄가 많을수록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렵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제2, 제3의 범죄가 발생한다. 국민의 관심과 아울러 주변 사회악에 대한 적극적인 신고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인천경찰의 경우 올해 들어 성폭력범죄 439건을 해결해 검거율 전국 1위의 성과를 거두는 등 4대 사회악 근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과에 매몰되어 인권을 침해한다든지, 영세업체나 서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다른 지역의 경찰도 이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검거와 단속 일변도에서 벗어나 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가해자 선도 등을 총망라한 종합대책을 통해 '안전'을 넘어 마음까지 지키는 '안심치안'을 구현하는 게 경찰의 목표이다.

경찰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4대 사회악을 사회에서 뿌리 뽑고 국민의 행복과 즐거운 일상을 만드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인선 인천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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