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상업은행인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종전처럼 이사회 회장을 겸임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일부 대주주들이 회사의 막대한 투자 손실을 이유로 '월가의 황제'로 불려온 다이먼의 회장직을 주주총회에서 박탈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21일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열린 JP모건 체이스 주주총회에서 다이먼의 CEO직과 이사회 회장직 분리 안건이 찬성 32.2%로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시장이 이날 주총 결과에 반기면서 뉴욕증시에서 JP모건의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1.4%(53.02달러) 올랐다.
그러나 주총 결과가 지난해 기록적인 손실을 입힌 '런던 고래' 사건과 이후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용서해줬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브루노 익실 런던 지점 트레이더가 지난해 7월 대규모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62억달러(6조9,000억원)의 손실을 회사와 투자자에게 입혔다. 런던 고래는 익실의 별명이다.
당시 다이먼 CEO는 책임을 트레이더들에게 넘겼으나 최근 미국 상원조사위원회는 경영진이 사건 내용을 알고도 대외적으로 은폐를 시도한 사실을 밝혀냈다. 다이먼은 런던 고래 사건의 손실액을 당초 20억달러로 밝혔다가 한달 만에 정정하면서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총의 결정은 주주들이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도덕성보다는 실적을 우선시한 결과"라며 "월가의 개혁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고 전했다. 런던 고래 사건에도 불구하고 JP모건 체이스의 주가는 최근 1년간 50% 이상 상승했으며 지난해 실적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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