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역외탈세'공포에 빠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이 대기업과 거액자산가들의 해외탈세 발본색원을 최우선 세정과제로 선정, 강도 높은 추적작업을 벌이는 상황에서 CJ그룹의 해외비자금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고, 여기에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 설립된 국내 대기업 인사명단까지 공개됨에 따라, 대기업들은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뉴스타파가 다음주 재계 인사 20여명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불안은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역외탈세가 워낙 큰 이슈가 된 터라 각 기업마다 내부적으로 해외계좌들의 적법성과 세금부분을 일차적으로 스크린한 것으로 안다"며 "나름 필요한 조치들은 취했겠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불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명단 공개가 경제민주화 입법에 영향을 미칠지도 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 재계관계자는 "안 그래도 국회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지나치게 강행처리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반기업 정서가 더욱 팽배해져 여론몰이 식 경제민주화 입법 러시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적법한 해외거래나 역외투자까지 자금은닉과 탈세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출입이나 해외투자가 많은 글로벌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외에 계좌도 있고, 절세 차원에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두게 되는 데 이걸 전부 재산도피나 탈세로 몰고 가선 안된다는 것이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금융조세팀장은 "순수한 경영인 입장에서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에 투자한 케이스가 많을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투자를 진행한 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페이퍼컴퍼니들은 ▦외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딸려오거나 ▦투자국 법령이 까다로워 한국기업의 진출이 용이하지 않을 때 투자국의 법령에 맞춰 조세피난처에 별도로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라고 설명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용선계약(선박 대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경우도 있다"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불명확함에도 일단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정상적인 회사 경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재무와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 탓에 선박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제3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대주사로부터 배를 빌려 운항하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