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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어제·오늘·내일이 멈춰선 듯 질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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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어제·오늘·내일이 멈춰선 듯 질주할 듯

입력
2013.05.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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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마니아라면 슈투트가르트에 가봐야 한다. 인상주의 옹호자가 파리를 그리워하고 재즈 팬이 뉴올리언스를 동경하듯, 그건 여행이라기보다 순례에 가까울 것이다. '자동차의 요람' 혹은 '자동차의 시작과 끝'. 바로크 양식의 문화재가 멋들어지고 와이너리의 향기가 도시를 감싸고 있지만, 슈투트가르트의 맥박은 8기통 4행정 내연기관 속에서 뛰고 있다. 미리 밝히자면 이건 진정한 자동차 '덕후'들을 위한 순례 가이드다.

1885년 어느 날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 넥카강 건너 동쪽의 한적한 교외에 있는 대저택 정원사가 조심스레 경찰서를 찾아갔다. 정원사는 자신의 주인이 아무래도 동전을 위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괴상한 기계가 잔뜩 쌓인 온실 안에서 두 남자가 뜨거운 쇳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이름은 고트리브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 훗날 각각 자동차의 브랜드로 이름을 남기는 두 사람이 만든 것은 위조 동전이 아니라 세계 최초의 고속 휘발유 엔진, 곧 자동차의 심장이었다.

다임러의 저택이었던 당시 집은 지금 공원이 돼 일반인에게 개방돼 있다. 이곳의 샘물이 유명하다. 여섯 가지 서로 다른 약효를 가진 샘물이 솟는데 짠맛부터 금속성 맛까지 다양하다. 백만장자였지만 잔병치레가 잦았던 다임러가 외딴곳에 집을 지은 이유다. 숨어서 엔진을 만들던 온실은 '고트리브 다임러 기념관'이라는 작은 팻말을 단 박물관이 됐다. 자동차의 아버지들의 손때가 묻는 공구들과 초기 엔진, 자동차 모형을 볼 수 있다.

●U반 열차(1호선) 우프-키르히호프역. 화~일요일(평일 오후2~5시, 토ㆍ공휴일 오전11~오후5시) 개방. 입장료 없음.

다임러 기념관과 머지 않은 곳에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이 있다. 화려하고 장엄한 자동차의 전당이다. 19세기 문화재급 자동차부터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콘셉트카까지 자동차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나오는 미래도시의 빌딩 속인 듯한 착각이 든다. 우주왕복선의 탑승 리프트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에 내리면, 그러나 1886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꼭대기부터 아래로 내려올수록 가까운 시대의 차들이 전시돼 있다. 지나간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카부터 제설차, 경주용 F1 머신까지 160대의 벤츠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S반 열차(1호선) 넥카파크역. 화~일요일(오전9~오후6시) 개방. 어른 8유로, 어린이 4유로.

슈투트가르트의 북쪽 변두리에는 또 다른 꿈의 자동차, 포르셰 박물관이 있다. 80대가 넘는 포르셰가 역시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전시된 차량 못지 않게 전시 공간이 매력적이다.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백색의 기하학적 직선 공간이 포르셰 특유의 미려한 유선형 라인과 세련된 어울림을 보여준다. 벤츠 박물관이 궁전의 파티장 같다면 포르셰 박물관은 초현실주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의 느낌이다. 여섯 대의 경주용 포르셰가 일렬횡대 부동자세로 줄지어 있는 광경에서 숭고함을 느낀다면 당신도 자동차 덕후. 이곳에선 폭스바겐(2009년 포르셰를 인수했다)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센스다.

●S반 열차(6호선) 노이비르츠하우스역. 화~일요일(오전9~오후6시) 개방. 어른 8유로, 어린이 4유로.

시내를 벗어난 외곽에도 자동차 마니아들의 순례지가 있다. 북쪽 외곽 뵈블링엔에 2009년 문을 연 마일른베르크 슈투트가르트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천국이자 놀이터, 쉼터다. 미군 공군기지가 옮겨가면서 빈 2만5,000㎡ 규모의 넓은 활주로에 수 백대의 슈퍼카와 클래식카를 보관ㆍ전시ㆍ판매하는 공간, 자동차를 테마로 삼은 V8 호텔이 들어섰다. 주말이면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자동차광들로 북적인다. 시에서 동쪽으로 26㎞ 떨어진 작고 예쁜 마을 쇠른도르프는 고트리브 다임러의 고향이다. 그가 태어난 낡은 호텔 건물이 자동차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마일른베르크: S반 열차(1호선) 뵈블링엔역. 월~토요일 오전8~오후8시, 일요일 오전10~오후8시 개방. 입장료 없음.

●다임러 생가: S반 열차(2호선) 쇠른도르프역. 화~일요일 개방(평일 오후2~5시, 토ㆍ공휴일 오전11~오후5시). 입장료 없음.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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