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했다는 뉴스에 엉뚱한 상상을 했다. 만약 북한 김정은이 미국에 간다면 뭘 타고 갈까. 세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수행원 40여명과 함께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와서 워싱턴행으로 갈아탔다. 북한은 미얀마보다 더 궁색한 처지이니, 상식적으로는 중국 베이징으로 가서 미국행 민항기를 이용할 법하다. 1인당 GDP로 비교하면 미얀마는 1,300 달러 선이지만 북한은 500 달러 수준이다.
■우리 대통령도 지금은 전용기가 있지만 과거 어려운 시절에는 형편이 비슷했다. 1954년 미국을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이 뭘 타고 갔는지는 기록을 찾지 못했다. 정부 수립 전 1947년 방미 때는 미군기를 타고 일본에 가서 민항기로 갈아탔고, 중국을 거친 귀국길에는 장개석 총통의 전용기를 얻어 타고 왔다. 1961년 방미길에 오른 박정희 최고회의의장은 처음으로 미 노스웨스트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 제주 대한항공 훈련원에 같은 모델이 전시돼 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 때는 서독 정부가 루프트한자 전세기를 보냈다. 그런데 일반 승객 60여명이 함께 탔다는 기록도 있다. 일본노선 여객기를 잠깐 김포에 들르게 했나 싶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 국빈 방미 때는 존슨 대통령이 보낸 보잉 707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월남 파병을 절실히 바라던 미국은 워싱턴에서 카퍼레이드까지 베푸는 극진한 예우를 했다.
■미얀마 대통령의 미국행 여로(旅路)는 언뜻 초라하다. 그러나 미얀마 최고지도자로서 47년 만에 미국을 찾은 세인 대통령은 1965년의 박 대통령에 못지않게 큰 뜻을 품었음직하다. 미국의 '아시아 재진출' 전략을 국가 발전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민주화와 개방을 택한 '미얀마의 길'을 따르라는 미국의 재촉을 진정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런 때가 온다면, 우리가 김정은의 방미길 전세기라도 대신 마련해 줄만 하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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