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코트 시즌의 '클라이막스' 프랑스 오픈 테니스가 26일(이하 한국시간)오후 프랑스 파리 인근 롤랑가로에서 개막해 내달 9일까지 보름 동안 불꽃 레이스를 펼친다.
1월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 오픈의 최대 관심사는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ㆍ랭킹4위)의 대회 8번째 우승 여부다. 역대 메이저대회 남자부 통산 최다승은 7번이다. 피트 샘프러스(미국), 로저 페더러(스위스ㆍ이상 윔블던), 나달(프랑스 오픈) 3명만이 정점에 올랐다. 따라서 나달이 이번 대회에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2001년 15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나달은 열 아홉 살이던 2005년 프랑스 오픈에서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2008년까지 내리 4연패를 찍었다. 2009년 복병 로빈 소더링(스웨덴)에게 16강에서 일격을 당해 주저앉았지만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3연패를 일궈 통산 7번째 챔피언에 올랐다. 이는 비외른 보리(스웨덴)를 제치고 역대 프랑스오픈 남자 최다 우승자에 해당한다. 여자부까지 포함하면 크리스 에버트(미국)와 동률이다.
나달의 8번째 우승 전망은 밝다 못해 '떼어놓은 당상'이란 분위기다. 왼쪽 무릎 부상으로 7개월간의 휴식기를 거친 이후 올 2월 칠레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VTR 오픈을 통해 복귀한 나달은 이달 20일 끝난 로마오픈까지 8개 투어대회를 소화하면서 38전 36승을 거뒀다. 이중 클레이코트 31승은 2007년 이후 최고의 페이스다. 이 기간 중 챔피언트로피 6개를 수집했고, 2개 대회도 결승까지 진출했을 정도로 쾌조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나달은 실제 ATP투어 타이틀 11개를 따낸 2005년보다 올 시즌 들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나달은 2005년 프랑스오픈 이전까지 5개의 우승컵을 손에 넣었지만 올해는 벌써 6개째다. 이중 5개를 클레이코트에서 거뒀고 나머지 1개는 하드코트에서 따냈다. 특히 나달은 마드리드와 로마오픈 12일 동안 10경기를 소화했는데 이중 톱10 랭커 3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내용도 흠잡을 데 없다. 호주 오픈은 불참했지만 시즌 첫 ATP 1000 마스터스 시리즈 인디언 웰스를 시작으로 마드리드와 로마오픈을 석권해 통산 24개의 마스터스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는 2위 로저 페더러보다 3개 많다.
롤랑가로의 붉은 앙투카 코트에서 펼쳐질 나달의 8번째 대관식에 유일한 걸림돌이 있다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ㆍ1위)가 꼽힌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몬테카를로 오픈에서 나달의 9연패를 저지한 바 있다. 또 나달을 상대로 클레이에서 가장 많은 승수(3승 12패)를 올린 맞수다. 나달은 통산 56번 정상에 올랐다. 이중 41번이 클레이에서다. 클레이코트 결승 전적은 41승 6패. 조코비치에게 3번, 페더러에게 2번, 호라치오 제바요스(아르헨티나ㆍ47위)에게 1번 무너졌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결승에서 만날 전망이다. 랭킹2위 앤디 머레이(영국)가 등 부상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나달은 3번 시드가 유력해 2번 시드 페더러와 준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준결승까지 안착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최근 2개 대회 잇달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ㆍ28위)와 토마스 베르디흐(체코ㆍ5위)에게 패해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있다. 조코비치가 우승하면 역대 남자 8번째로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로마오픈 결승에서 세트스코어 0-2(1-6 3-6) 치욕을 당했지만 페더러 역시 영원한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뉴욕타임스 테니스 해설위원 크레이그 새너시는 "로마에서 페더러가 나달을 꺾기 위해 새로운 전술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실패했다"고 평했다. 새너시는 "페더러가 서브 리턴 랠리 어프로치 공격 전 부문에서 공세적으로 나왔다. 나달을 상대로 처음 시도한 전략이었지만 전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전까지 페더러가 베이스라인에 붙어서 수세적인 플레이를 할 때 보다 (공세적인 전술은) 더 많은 승리의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페더러는 실제 서브앤 발리를 구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네트플레이를 전개했으나 나달의 백핸드 어크로스 샷이 불을 뿜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페더러는 결국 로마오픈에서 포핸드 에러 15개(나달은 7개)를 저질러 자멸했다. 페더러는 총 31개의 그라운드스트로크 에러(백핸드 16개ㆍ포핸드 15개)를 남발해 나달의 15개(백핸드 8개ㆍ포핸드 7개)보다 2배 더 많았다. 하지만 위너 샷은 페더러가 15개로 12개의 그친 나달을 오히려 앞섰다. 그러나 나달과 결승 전적 6승 14패가 말해주듯 객관적인 전력상 페더러는 나달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비외른 보리는 최근"나달은 (테니스의) 아티스트다"라는 말로 나달의 경이로운 클레이 전적에 대해 존경심을 나타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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