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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술을 마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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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술을 마시는 이유

입력
2013.05.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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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퇴근 후에 술 약속이 있다. 가끔 술자리에서 친구나 선배들을 만나면 술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술을 언제부터 마셨는지, 제일 많이 마셔본 건 어느 정돈지, 그리고 술을 왜 마시는지 같은 질문을 서로 던지는 것이다. 나 역시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다. 그동안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서 적지 않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린 대답을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나 자신에 열심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 설명의 문장 안에는 영감, 해소, 치유, 불면, 스트레스, 몰취미, 해방 같은 단어들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사실일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들은 내가 술을 먹는 이유를 전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는 것들이다. 나는 사실, 술을 마시는 이유를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고의로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쨌거나 이제는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를 사실대로 말하고 싶다. 내가 술을 마시는 본질적인 이유는, 두렵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어색하다는 말인가. 그래, 두려운 것은 이 세상이고 어색한 것은 내 삶이다. 이게 진실이다. 이렇게 말하면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스스로 견딜 만큼 견디다가 힘에 겨울 때 술을 마시니까. 술은 그냥 두려움과 어색함에 대한 응급처방 같은 것이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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