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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조롱·혐오… 도 넘은 '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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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조롱·혐오… 도 넘은 '일베'

입력
2013.05.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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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왜곡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게시물로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도대체 누가, 왜 이토록 비상식적이고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것일까. 이런 게시물을 올리는 일베 회원들은 보수 이념에 충실하기보다 선정성을 동력으로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튀어 보려고 게시물 올렸다"

경찰 수사로 이어질 만큼 문제가 되는 글의 게시자들은 1020세대가 많다. 사이트 전반적인 성향은 극우 보수지만 정작 경찰이 문제의 게시물을 올린 이유를 조사해보면 '별 생각 없이 관심을 끌기 위해'라는 대답이 나온다.

지난 1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닭을 합성한 사진을 매장 내 텔레비전에 띄우고 이를 다시 찍어 일베에 유포하다 붙잡힌 대구 홈플러스 칠곡점의 외주업체 계약직 직원 노모(20)씨는 경찰에서 "일베에서 돋보이고 싶어 사진을 올렸다"고 말했다. 노씨는 경찰관에게 "잘못했다. 내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느냐"며 몹시 겁을 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친 사진을 홈플러스 구미점 매장 노트북에 올린 후 인증샷을 일베에 올린 고교생 A(17)군 역시 "내 글이 인기 게시물이 됐으면 해서 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둘 다 이념의식보다 인터넷에서 튀어보려는 의도였다는 뜻이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사회적으로는 무기력한 이들이 사이버공간에서 주목을 받고싶어 과격한 담론을 확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글 뽑는 일베로 메커니즘

일베회원들이 자극적인 게시물에 목을 매게 만드는 것은 '일베로(공감의 의미)'라는 시스템이다. 일베로는 클릭 수로 베스트 글을 선정하는 시스템으로, 베스트 글에 올라 주목받고자 하는 본능적 욕망에 따라 더 선정적이고 더 자극적인 게시물들이 경쟁한다. 21일 오후 5시에 오른 '[극혐] 死자 명예훼손'이란 제목의 글은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사진 7장이 첨부돼 있다. '극혐'은 극도로 혐오스럽다는 뜻. 이 글에는 일베로가 268차례나 베스트 글로 뽑혔다.

사회적 이슈가 된 주인공들의 신상을 털거나, 자신의 과격한 행위를 증명하는 '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베스트 글에 뜨기 위한 것이다. 충북 충주의 20대 대학생 B씨는 "친구들이 순전히 베스트 글에 뽑히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극적인 사진을 찾아 포토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정성은 장사가 된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선정적인 게시물들이 '장사'가 된다. 지난해 12월 랭키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일베 월간 접속자 수는 400만명을 상회한다. 회원은 100만명이며 동시 접속자 수도 2만명을 넘는다.

이 같은 인기를 기반으로 일베에는 다수의 배너 광고가 붙어 있다. 업계에서는 접속 기록을 토대로 월 1억원 가량의 광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일베 운영자인 서울의 한 대형 대학병원 전문의 박모(33)씨가 일베 사이트를 12억원에 매각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일베가 '그들만의 배설소'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진원지로 부각될수록 사이트 운영에도 한계가 부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배너광고를 실었던 L가구사는 "일베 논란이 심해 곧 광고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강운태 광주시장이 "5∙18 비하글을 올린 네티즌들에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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