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관계에 대해 "4ㆍ24 노원병 보궐선거와 같이 민주당이 후보를 양보하는 일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0월 재보선 및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세력화 의지를 밝힌 안 의원 측과 연대없는 대결을 벌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돼, 향후 야권재편을 두고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어 민생 입법을 기치로 한 '을(乙)을 위한 광주선언'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새 정치를 강조하는 안 의원의 광주구상에 대해 "안 의원이 현재 세력화가 안 돼 실천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민생을 말한다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또 당 혁신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계파 갈등 해소와 관련해선 "계파는 지금도 많이 무너져 가고 있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노무현 4주기 추모문화제' 등에서 나타난 열성 친노 세력의 행태를 어떻게 보나.
"노 전 대통령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일부인데, 그 분들이 우리 편의 일부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그런 행태가 민주당을 얼마나 크게 깎아 내리고 있는지를 그 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위기로 인식하나.
"수치를 떠나 선거에서 질 때마다 정당은 위기다. 우리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연패했으니 지금이 심각한 위기인 것이다. 하지만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민주당을 10%짜리 정당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떻게 안 의원 세력이 '새 정치'를 100% 실천하고 민주당이 현재보다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는가."
-안 의원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표현한 데 동의하나.
"우리도 너무 편가르기 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왜 본인만 빠지고 나머지를 편 가르기 하는 건가. 병(丙)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여야 대표를 포함해 3자 회동을 한다는 보도가 있다.
"그와 관련한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언론에 흘리는 것이라면 민주당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는 아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늦춰지고 있다. 사연이 있나.
"이번 주에 할 것이다. 민주당의 혁신 의지와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분을 모시고 싶은데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외부에서 좋은 분들을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
-대표 선출 직후 제1과제로 계파주의 타파를 주장했는데 성과가 있나.
"전당대회에서 '대탕평'이란 말을 잘 쓰지 않았다. 이제까지 대탕평은 계파 안배라는 뜻으로 계파의 지분을 인정한 것이라서 계파를 극복하는 길로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역량을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최근 당직 인선에서 각 계파들이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어느 쪽도 만족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적정한 균형 상태가 아닌가 생각한다."
-임기 2년을 마치고 어떤 당 대표로 남고 싶은가.
"민주당은 4번의 큰 선거를 연패한 뒤 위기를 맞았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기는 민주당, 저 당이 다음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구나 하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게 위기의 민주당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이겨가기 시작하면 역시 김한길이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중요한 고비로 준비하고 있나.
"내년 지방선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대선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지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를 만든 환경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치른 대선을 졌다는 것이다. (그 패배의 결과로) 이번 전당대회에 지지자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으로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현장에 가보니 의외로 많은 분이 왔는데 그들에게서 대선에 대한 분노와 같은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민주당이 그것들을 제대로 엮어낸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을 재건한 뒤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의사가 있나.
"그런 오해가 있을까 봐 전당대회 때 16개 시ㆍ도를 돌면서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 말하고다녔다.(웃음) 하지만 정당은 권력을 잡아야 한다. 권력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지지해 주는 분들에게 돌려줄 게 있으려면 우리가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야당이니까 져도 그만'이라는 자세는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에 대한 입장은.
"지금 헌법이 87년 제정된 것이라 바꿔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다만 개헌논의는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도마 위에 올리는 게 필요한지 많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입장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선에서 밝힌 공당의 약속인 만큼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시간 끌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결정 내릴 것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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