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21일 실시한 압수수색 장소에 포함된 CJ인재원과 CJ경영연구소는 향후 검찰 수사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란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CJ인재원은 서울 중구 필동2가 남산골 한옥마을 인근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으며, 그룹 내 직원 교육을 주 목적으로 하는 곳이다. 하지만 CJ인재원에는 이재현 회장 일가가 서미갤러리를 통해 사들인 해외미술품 138점의 일부가 보관된 미술품 수장고도 들어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해외 SPC와의 가공무역을 통한 비자금 조성 및 탈세 혐의이지만, 미술품을 통한 탈세 혐의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미술품을 관리하는 CJ인재원 소속 자금담당 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국세청이 조세포탈 등 혐의로 고발한 홍송원(60) 서미갤러리 대표를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2부가 이 수사에서 나온 단서를 갖고 CJ 일가의 미술품을 통한 탈세 혐의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이 회장 일가가 홍씨에게 사들인 미술품 가운데 10억 이상의 고가품은 33점에 이르며, 이들 작품은 CJ인재원을 비롯해 이 회장의 자택, CJ의 각 계열사 등에 분산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압수수색 장소인 CJ경영연구소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CJ경영연구소는 CJ 소유의 부지 공터에 수년 전부터 신축해 이달 초 지상5층, 지하6층 규모로 완공된 건물이다. 외부에는 박사급 연구원들이 그룹 전반의 경영 현황 및 시장 환경, 미래 변화를 연구하는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J경영연구소는 이 회장이 외부의 눈에 띄지 않게 그룹 경영 관련 주요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개인 집무실 역할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CJ경영연구소 압수수색을 통해 CJ의 해외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한 그룹 내 보고와 지시 내용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도 검찰은 주요 그룹을 수사할 때 종종 오너들이 애용하는 공간이나 기업 연구소, 연수원 등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었다. 2008년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때에는 이건희 회장의 개인 집무실인 '승지원', 2003년 SK그룹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 때에는 그룹 연수원인 '선혜원'이 각각 표적이 됐다.
CJ연구소 인근에는 이 회장의 자택,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총괄부회장의 자택, 이 회장 장녀의 빌라 등도 자리잡고 있다. 검찰은 이곳의 압수물에서 CJ의 해외비자금 조성에 CJ계열사 및 이 회장 일가가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도 분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검찰은 CJ그룹 본사, 제일제당센터 등을 재무부서 중심으로 압수수색 했고, 자금 담당 임직원 자택 등 재무부문에 국한해 압수수색 했다. 이는 검찰이 CJ가 그룹 차원에서 뭉칫돈을 조성해 해외의 페이퍼 컴퍼니에 빼돌렸다는 혐의 내용을 입증하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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