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1일 임금협상에 돌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경기침체기에 은행들은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채 중소기업의 대출 회수에 급급하면서도, 이미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임금 8.1% 인상'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교섭 대표단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상견례를 갖고 첫 교섭을 벌였다. 핵심은 임금 인상안이다. 노조 요구안은 정규직 기준으로 임금을 8.1% 올려달라는 것. 노조 측은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임단협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감안한 것이나 임금 결정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인 공기업 인건비 상승률이 2.8% 수준으로 결정돼 실제 타결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섭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높은 요구안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사측 역시 "저금리와 경기불황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업계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론은 물론 금융 당국의 시선도 차갑다. 2년 전 미국 월가로부터 시작된 금융권 탐욕 논란 당시 금융 당국은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공적 자금을 넣어 살아난 곳이 많으므로 고액 연봉 체계에 대해 금융권 스스로 답을 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은행 수익성 악화와 관련해 "은행의 체질 개선과 경영합리화 같은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은행 스스로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악화하는 동안에도 연봉을 꾸준히 올려왔다. 최근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KB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 등 6개 시중은행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2009~2012년)간 1인당 평균 자산액은 10.7%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연봉은 32.7%나 증가했다.
게다가 6개 시중은행 직원의 연봉 수준(7,600만원)은 국내 10대 그룹 대표기업의 평균 연봉인 6,600만원보다 1,000만원이나 높다. 하지만 직원 1인당 생산성(자산규모 기준)은 10대 그룹 대표기업(270억원)이 은행(214억원)보다 높았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를 비롯해 수 차례의 경제위기마다 은행원들은 대규모 명예퇴직 등으로 주요 희생자가 됐었다"면서도 "하지만 고성장 시대가 지나가고 저성장 시대에 접어 든 만큼 대내외 여건에 맞춰 영업비, 인건비를 절약 하는 등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 역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무턱대고 봉급을 깎는 임기응변식 대응은 위험하지만, 임금이 과연 건전성을 해치지 않을 만큼 적정한지 다른 업종, 해외 사례 등과 비교한 주도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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