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주요 사립대 10곳 중 3곳은 올해 예산 편성 내용을 엉터리로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취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서울과 인천, 경기의 재학생 1만명 이상 사립대 24곳의 예산 공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연세대 동국대 상명대 경기대 4곳은 산출근거 없이 예산을 공시해 사립학교법과 시행령 등을 어겼다. 특히 연세대는 올해 예산이 1조188억원으로 전국 사립대 중 재정규모가 가장 크면서도 예산서는 본교 22쪽, 원주캠퍼스 17쪽으로 제일 부실했다. 예를 들어 본교의 교원 급여 예산 항목은 교원 숫자나 평균 임금조차 없이 등록금 회계 715억4,661만원, 기금회계 26억1,237만원 등 총 741억5,899만원을 편성했다고만 공시됐다. 임은희 대교연 연구원은 "이런 수준으로는 예산이 적절하게 편성됐는지 따져볼 수가 없어 공개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희대 명지대 숙명여대 이화여대는 산출근거를 일부만 공개했다. 가천대 고려대 국민대 단국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수원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14곳은 산출근거를 예산서에 적긴 했으나 학부 얼마, 대학원 얼마 식으로 뭉뚱그리거나 모호하게 적어 공개 수준이 미흡하다고 대교연은 지적했다.
예산의 산출근거까지 세세하게 명시한 대학은 숭실대와 건국대 2곳뿐이었다. 숭실대는 교원급여 예산액과 함께 정교수, 조교수, 연구교수, 겸임교수, 연봉제 교원 등 교원의 종류별 평균임금과 인원을 자세히 밝혔다. 축구단 학생들의 목욕비, 학술정보지원팀의 CD보호용 필름 구입비, 체력단련장의 수건제작비까지 산출해 적었다. 올해 예산 규모가 1,836억원인 숭실대의 예산서는 무려 137쪽에 달한다. 예산 규모는 연세대의 10분의 1이지만 예산서 내용은 6배다.
사립대의 예산 공개가 이처럼 부실한 것은 관련 법에 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지난 1년 간 재정 운영의 내역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재무제표로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결산의 경우엔 산출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다.
임은희 연구원은 "교육부는 사립대학 전반의 예산공개 실태를 점검하고 규정을 위반한 대학에 행ㆍ재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나아가 관련 조항을 어겼을 때 시정조치를 하고 결산도 산출근거까지 공시하도록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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