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고소장을 임시 접수 받고도 고소인의 동의도 없이 멋대로 반려시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경찰은 접수 받은 고소장을 직접 경찰서에 보관하지 않고 고소인에게 되돌려줬다가 고소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려 처리한 것으로 밝혀져 애초부터 사건을 묵살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전남 순천에 있는 노인전문요양시설인 E마을 노조위원장 주모(54)씨가 E마을 원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순천경찰서에 임시 접수했다. 주씨는 고소장에서 "E마을 원장과 요양과장 등이 자격이 없는 요양보호사들에게 수년간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주씨는 경찰서 민원실 직원의 안내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의 고소 내용 등에 대한 상담을 받고 민원실에 고소장을 임시 접수했다.
그러나 지능범죄수사팀은 같은 달 24일 임시 접수한 고소장이 없다는 이유로 주씨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고소장을 반려했다. 고소장 임시 접수 당시 민원실 직원이 고소장을 보관하지 않고 주씨에게 되돌려주는 바람에 고소장이 사라졌는데도 아무런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반려 처리를 한 것이다. 현재 경찰은 무분별한 고소ㆍ고발을 막기 위해 고소장 임시접수 후 민원인과 상담을 통해 명백한 민사사항이거나 범죄사실 구성 등 형식요건이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고소장을 수리하지 않고 반려하고 있다. 현행 범죄수사규칙 상 고소장을 반려할 경우 경찰은 고소인에게 반려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의제기 절차에 대해서도 고지하도록 돼있지만 이런 절차도 무시했다.
경찰은 고소장이 사라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E마을 원장 등을 경찰에 고소를 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같은 경찰서 정보관이 지난 14일 주씨로부터 고소장을 되돌려 받아 가져다 주자 뒤늦게 고소사건으로 정식 접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주씨는 "민원실에서 고소장을 접수하고 되돌려 주면서 '연락할 테니 집에 가 있어라'고 해 그대로 따랐다"며 "한 달이 다되도록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경찰에 전화했더니 되레 화를 내며 '왜 고소장을 가져갔냐'고 책임을 떠넘겨 황당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E마을 원장 등에 대한 고소장 반려를 놓고 경찰의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사건 묵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E마을은 불법 의료행위 강요뿐만 아니라 최근 직원들의 퇴직금 및 공금 횡령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순천시가 E마을에 대한 시설 보조금 정산 자료공개를 거부하고 특별 감사도 한 달 이상 미루다가 이날 감사에 착수하는 등 비호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고소 내용을 검토한 결과 증거자료가 부족해 이를 보완해 줄 것을 주씨에게 요청했는데 이상하게 고소장이 없어 반려 처리했다"며 "고의적인 수사 지연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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