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빈집 상태로 방치돼 '유령 아파트'로 불렸던(한국일보 2012년 10월8일 14면)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내 재개발구역 주민이주용 임대주택이 일반 임대 공급된다. 하지만 그 동안 일반 공급에 반대해 온 성남시는 "공적 책무를 망각한 '슈퍼 갑'의 횡포"라며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밝혀 충돌이 우려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1일 성남 2단계 재개발사업 주민 순환이주용 주택으로 건설한 백현마을 3ㆍ4단지 아파트 2개 블록 가운데 4단지(A24-1 블록) 1,869가구를 일반에 임대 공급한다는 내용의 입주자 모집 공고를 냈다. 공급대상에서 제외된 3단지 1,722가구는 재개발 추진상황에 맞춰 활용할 예정이다.
LH는 "재개발사업이 정상 추진되더라도 관리처분계획 수립, 건물 철거 등 주민 이주시점까지 통상 3년이 소요돼 더는 방치할 수 없어 무주택 서민에게 임대 공급하게 됐다"며 "일반 공급 전환은 무주택 서민에게 입주 기회를 줘 전월세난과 임대주택 수요를 해소하고 빈집 유지관리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급되는 4단지 신청자격은 무주택가구주로서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3인 이하 314만4,650원, 4인 351만2,460원, 5인 이상: 368만8,050원)이고 부동산 합산액이 1억2,600만원 이하, 자동차 가액(신차기준)이 2,464만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임대조건은 51㎡형 기준 임대보증금 4,420만원, 월임대료 30만원(전세환산액 8,020만원)으로 인근 전세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성남시는 "LH가 신흥2ㆍ중1ㆍ금광1 등 3개 구역의 재개발 사업을 일방적으로 전면 중단해 놓고 이주용 임대주택을 기습적으로 일반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 2008년 신흥2ㆍ중1ㆍ금광1 등 3개 구역 54만5,863㎡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LH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해 2단계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LH는 2009년 12월 백현마을 3ㆍ4단지에 3,696가구의 2단계 재개발 주민이주용 국민임대아파트까지 건설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성 악화로 정작 3개 구역 재개발은 중단해 성남시와 마찰을 빚어왔다.
성남시는 "일반공급 중지명령을 내렸는데도 응하지 않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즉시 고발하고 일반 공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LH 본사의 불법 건축물과 무단 도로 점용 등도 일제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지적했다. 시는 LH 사옥 앞에 농성 텐트를 설치하고 이재명 시장이 직접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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