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일본이 아니라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자 일본이 당황하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정상회담을 하던 관례가 깨지자 난감해하면서도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에 일본이 발끈하면서 틀어진 양국 관계를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 삼아 해소하려는 뜻을 갖고 있었다.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견제하려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날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특사로 보내는 등 구애 공세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누카가 회장에게 "역사를 직시하라"고 주문했고 삼일절 기념연설에서도 일본에 역사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은 "취임 5일째인 한국의 새 대통령이 일본에 결단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보다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아베 총리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위안부가 필요했다고 주장하는 등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쏟아진데다 헌법 개정 등 우경화 움직임을 보인 것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막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 등 영토 문제를 놓고 중국과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대중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지 예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한국, 미국과 미리 의논하지 않은 채 최근 측근을 북한에 파견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동아시아 질서 구축에서 외톨이로 전락하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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