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7,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휴양도시 란초미라지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지 2개월여 만이다.
회담이 미국의 위상 하락과 중국의 급부상으로 국제질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양국이 주도할 새 국제질서의 흐름을 좌우할 이벤트로 평가된다.
중국의 부상은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을 야기하고 중일 관계에 긴장을 가져왔다. 시진핑 주석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언하며 국제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통해 동아시아 개입을 더욱 강화한 상태다.
양국의 입장은 오바마가 2월 시진핑의 주석 등극을 축하하는 전화를 할 때도 확인됐다. 당시 오바마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는 뜻의 협력을 강조했으나 시진핑은 상호존중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주요2개국(G2)의 한 축으로 대우해줄 것을 간접 요구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21일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양자 현안을 비롯해 지역ㆍ국제 이슈를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한다"고 짧게 설명했으나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미관계의 장기적 발전, 세계의 평화 안정 촉진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이번 회담을 평가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이런 차이, 다시 말해 오바마의 재균형 전략 및 대중 견제와 이에 맞선 시진핑 체제의 대응이 어느 선에서 접점을 찾을지에 모아진다.
이는 해양세력과 대양세력의 교차로에 위치한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국의 협력 강화는 한국에게 양국 관계를 조화시킬 기회가 될 것이고 반대로 양국의 대립이 심화하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회담을 앞두고 오바마가 시진핑 체제를 포용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오바마는 지난해 2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을 미래 지도자로 예우했고 최근에도 핵심 인사들을 수시로 중국에 보내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두 정상은 북한 도발과 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과 시리아 사태, 중국의 미국기관 해킹,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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