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공채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재계에서 나왔다. 공채가 성실하고 충성도 높은 인력확보가 필요했던 고도성장기에는 적합했지만,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요구되는 현 시대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대신 미국이나 유럽처럼 수시채용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한국과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정기공채 제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기공채는 보편형(범용) 인재 선발에 적합하고 유연한 인력활용, 높은 조직 충성도 등의 장점이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그만큼 직무 전문성이 떨어지고, 공채기수에 따라 연공서열식으로 임금과 승진이 결정되는 등의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특히 우리나라의 공채문화가 젊은이들에게 불필요한 스펙 쌓기 경쟁을 촉발시켰다고 비판했다. 정기공채 때 수백~수천명 구직자들의 입사원서를 받아 놓고 막상 공정하게 평가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출신대학과 학점, 외국어점수 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구직자들도 오로지 스펙 쌓기에만 몰두할 뿐 실무능력을 키우는 데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상의는 지적했다.
따라서 이젠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미국이나 독일처럼 ‘직무 맞춤형’ 수시채용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상의의 제안이다. 수시 채용의 경우 보직을 바꾸기 어렵고, 개인주의적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등 단점은 있지만, 무엇보다 직무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에 유리하고, 직무 가치에 따라 임금이 결정돼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가 적은 장점 등이 있다고 상의는 평가했다. 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단 뽑아 놓고 나중에 필요한 직무를 맡기지만 미국이나 독일에선 애초 채용공고 때 입사 후 맡을 업무와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뒤 심층면접을 통해 직무능력을 따져 직원들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도성장기를 지나 초일류 기업들과의 글로벌 경쟁이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직무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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