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에 ‘메탈 디자인’ 바람이 거세다. 금속 재질이다 보니 외관상 거칠고 투박해 보여 종래엔 가전 제품들이 메탈 디자인을 기피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란 이미지와 고급화된 디자인이 부각되면서 최근 관련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메탈의 재발견’인 셈이다.
메탈 바람이 가장 치열한 시장은 대용량 냉장고다. 포문은 삼성전자가 먼저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의 가정용 메탈(스테인리스) 디자인의 ‘지펠 T9000’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메탈 디자인 전성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이후 김치냉장고, 세탁기, 오븐, 전자레인지까지 메탈 디자인을 추가로 내 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탈 냉장고 시장이 의외로 급성장하면서 경쟁사들도 메탈 제품을 속속 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동부대우전자가 메탈 디자인의 3도어 스마트 냉장고 ‘클라쎄 큐브’를 출시했으며, 김치냉장고인 ‘딤채’만 생산하던 위니아만도도 리얼 메탈 소재의 양문형 냉장고 ‘프라우드’로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새롭게 출범한 동부대우전자의 첫 야심작인 클라쎄 큐브는 출시 3주 만에 1,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던 냉장고 시장에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동안 강화유리 소재를 주로 사용했던 LG전자도 메탈 디자인 대열에 합류했다. LG전자는 이달 초 메탈 재질의 국내 최대 용량인 316ℓ의 가정용 냉동고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신제품 냉장고 ‘디오스 V9100’ 6종도 잇따라 내 놓았다. 이 제품은 냉장고 전면에 미세한 입자로 패턴을 새기는 비드블래스트 공법과 초정밀 세라믹 코팅을 적용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한 게 특징. 비드블래스트 공법은 시간이 흘러도 패턴이 지워지지 않고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이 적다. 국내 냉장고엔 처음 적용된 세라믹 코팅 역시 스크래치에 강하다.
메탈이 전파 수신감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탓에 금기시돼 왔던 스마트폰에서도 ‘메탈 혁명’이 일어났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조차 실패한 금속 테두리 디자인을 팬택이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베가 아이언’으로 탄생시킨 것. 팬택 이응준 상품기획실장은 “스마트폰의 기능이 서서히 한계에 도달해 기술적인 피로가 쌓이고 있는 만큼 마지막 혁신은 불변의 가치를 지닌 메탈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메탈 마감재를 사용한 냉장고의 경우 업소용 냉장고 같다는 인식 때문에 가정용 제품으로 사랑 받기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후 강화유리 디자인이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견고하면서도 세련되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를 제공한다는 메탈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다시 어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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