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 막말과 언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 막말과 언론

입력
2013.05.21 12:00
0 0

도 넘은 막말이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 횡행하고 있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터무니없는 사실까지 버젓이 주장한다. 상식을 벗어난 표현은 이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의 '윤창중 사건' 피해 여성이나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게시물은 막말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피해 여성에게 2차 피해를 입히거나 역사 인식에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막말은 때로 적지 않은 '효용'을 지닌다. 같은 진영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더욱 단단하게 뭉치게 한다. 그래서 막말의 수위는 갈수록 더 높아진다. 반대 세력에 대한 비방은 말 그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이다. 증오가 느껴지는 욕설이 정치적 선동에 동원된다. 막말의 효용성은 선거를 앞두고 더 커진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투표율과 지지율을 높이는데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막말은 인터넷 사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일부 프로그램이나 팟캐스트들도 막말 행태를 보였다. 이들의 막말은 인터넷 사이트의 막말을 방불케 했다. 특히 막말을 그대로 내보내던 종편의 일부 프로그램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적 이유와 함께 정치적 의도도 작용했다. 노장년층을 텔레비전 앞에 모아 시청률을 높였고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일부 종편은 선거방송심의를 통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부 팟캐스트의 욕설도 만만치 않았다. 젊은 층의 지지를 의도했을 것이다. 잠시 카타르시스를 주었겠지만 오래갈 수는 없었다.

막말을 일삼는 사람들은 자기 편의 잘못에는 철저히 눈 감는다. 자기 편이 명백히 잘못 했어도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막말을 퍼붓는다. 혹시 이들이 '최선의 수비는 곧 공격'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념적 대립 속에 이른바 '진영 논리'에 빠진 일부 언론까지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정파적 이해에 따른 편향된 보도나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불공정한 논평은 신문의 위기를 가져오는 한 요인이 됐다.

막말은 잠시 만족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막말은 더 심한 막말을 낳고 그 결과 소통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든다. 막말로는 결코 자신들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막말을 일삼는 자에게 잠시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결코 누구도 이들을 깊이 믿거나 존중하지 않는다. 거친 언어는 사람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무리 발달해도 기성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성 언론이 일부 인터넷 사이트처럼 이념적 대립 속에 막말을 쏟아내선 안 된다. 거친 언어의 사용과 터무니없는 사실의 주장을 배격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대립한다 해도, 철저히 사실에 기반하며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해 논쟁해야 한다. 인터넷과 SNS에 떠다니는 온갖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런 사실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여전히 언론의 몫이다.

보수 신문이 운영하는 일부 종편의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프로그램의 역사 왜곡을 보면서 언론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다른 보수 언론들조차 이런 종편이나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에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언론을 배척해야 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상식'의 문제이다. 막말이 사라진 언론이라야 민주적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막말을 일삼는 언론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막말로 인한 소통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규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