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벌금과 추징금 납부를 회피하는 악성 미납자로부터 부과 벌금 등을 환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매년 수백억원의 벌금과 추징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엄정한 법 집행을 사실상 검찰이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21일 대검에 따르면 채동욱 검찰총장은 이날 주례간부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에 대한 시효가 임박하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액 벌금, 추징금 환수를 철저히 하기 위해 한시적 TF를 구성하는 등 특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채 총장은 이어 "필요하다면 대검의 범죄수익환수팀, 계좌추적팀 등 지원인력도 일선 징수업무에 투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의 이날 발언을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전ㆍ노 두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지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 총장은 1995년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수사팀 일원으로 두 사람을 법정에 세웠지만 당시 법원이 선고한 추징금은 여전히 미납 상태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532억여원만 집행해 현재 1,672억여원이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 2,398억여원 가운데 230억여원을 내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 시효는 10월까지다.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납부하지 않아도 노역장 유치를 시킬 수도 없다. 다만 시효 만료 전에 은닉 재산을 조금이라도 찾아내면 시효는 다시 연장될 수 있다.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 외에도 벌금과 추징금 악성 미납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년이라는 짧은 소멸 시효를 이용해 도피하거나, 재산을 숨겨 놓는 일이 다반사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망이나 시효 소멸로 집행되지 못한 벌금은 무려 1만6,730건, 439억원에 달한다. 추징금 역시 2011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25조3,963억여원의 누적 금액 중 273억원만 납부돼 미납률이 99%에 이른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후에도 전 전 대통령은 물론, 미납 추징금이 17조원에 달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100억원 이상 추징금 미납자의 납부 집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대검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추징금과 관련해서는 이미 서울중앙지검에서 시효 만료를 염두에 두고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다른 청에서도 여타 미납자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한 후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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