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살인 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가 매개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감염 사망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치사율이 약 10%로 알려진 SFTS는 아직까지 항바이러스제 등 치료제가 없어 앞으로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21일 "지난해 8월 12일 원인불명의 열성(熱性) 질환으로 사망한 박모(당시 63세)씨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SFTS 바이러스가 분리돼 첫 확진 환자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에 보고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SFTS 환자가 발병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SFTS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가 이미 오래 전 국내에 토착화해 2012년 이전에도 SFTS 감염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씨는 강원 춘천시에 거주하는 가정주부로 지난해 7월 12일께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의 텃밭을 일구다 목 뒤에 벌레에 물렸고 8월 3일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며 발열과 설사증세를 보여 강원대병원에 입원했다. 증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12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박씨는 당시 쓰쓰가무시병, 신증후군출혈열 등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반응을 보여 서울대병원은 원인불명의 열성 질환에 따른 사망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올해 1월 일본에서도 SFTS 감염환자가 확인되면서 서울대병원은 보관 중이던 이 환자의 검체를 분석, SFTS 바이러스를 분리했고 질본은 이 결과를 검토해 첫 확진 사례로 판정했다. 질본이 과거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환자 사례를 대상으로 역추적 검사를 한 나머지 4명은 SFTS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와 함께 질본은 지난 16일 제주에서 사망한 SFTS 의심환자 강모(73)씨에서도 SFTS의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고 증상도 SFTS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바이러스 분리가 진행 중이지만 강씨의 사인도 조만간 SFTS로 확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병원에서 의심환자로 신고한 다른 4명에선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질본 측은 밝혔다.
김영택 질본 감염병관리과장은 "인적이 드문 수풀, 밭 등에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더라도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맨살을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SFTS는 고열, 구토, 복통 등을 동반하며 2011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이 보고된 후 중국과 일본에서 130여명이 사망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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