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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고… 곱씹고… 한국현대사 무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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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고… 곱씹고… 한국현대사 무대 위에

입력
2013.05.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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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는 상업 공간이다. 이 곳에서 연극 실험실, 연극 공동체라는 기치를 내걸고 꾸준히 가능성을 모색해 온 혜화동1번지, 100연극공동체가 이번에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질곡으로 분단 상황을 꼽았다. 각각 국가보안법과 근현대사 100년을 주제로 페스티벌을 펼친다.

젊은 연출가 모임인 혜화동1번지 5기 동인이 봄 축제로 마련한 '국가보안법 페스티벌'(5월 30일~8월 4일 혜화동1번지)은 억압적 기제와 창작 현장 사이의 미묘한 길항을 그려 보인다. 예술 표현이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연극적 보고서 다섯 편을 잇달아 올린다. 로스쿨 학생들이 특정 시국 사건을 상정, 모의 재판 형식으로 갑론을박해 가며 국보법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모의법정'). 연극을 만들던 중 극 내용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연출가를 협박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극단이 극단보안법을 만들어 내부 첩자 색출에 나선다는 풍자극('무림파혈전')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자기 검열을 이야기한다.

국보법에 대한 연극을 만들어 가다 그 법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괴물이 산다'),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북한을 찬양하는 것으로 몰려 2년 형을 선고 받은 평범한 사진가('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극'), 매카시즘 광풍에 정신이 황폐해져가는 희극 배우 채플린('레드 채플린') 도 만날 수 있다.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들은 창작이라는 개인적 행위에 도사린 사회적 개입의 양상을 꾸준히 무대화해 왔다. 한국 사회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고발한 '나는 나르시스트다'(2011년), 분단 이전 상황을 돌아보는'해방 공간'(2012년) 등 봄과 가을 축제를 통해 다룬 문제들은 대학로의 신선한 바람이었다.

'근현대사 100년을 말하다'(6월 4일~7월 7일 나온씨어터ㆍ스타시티극장)는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연극을 지향하며 2005년 100만원공동체로 출발한 100연극공동체가 여덟 번째로 준비한 축제다. '연극, 정치를 말하다'라는 부제 아래 연극 8 편을 올린다. 1세기 뒤의 후손인 오늘날 우리에게 안중근은 어떤 존재인지를 극중극 형식으로 보여주고(김나정 작ㆍ함형식 연출의 '중근처럼'), 의문사부터 재조사까지 장준하 사건을 둘러싼 사실들을 연극적으로 재구성(이보람 작ㆍ백석현 연출의 '그 날')한다. 정치인도 노동자도 욕망의 노예로 전락한 현실을 실제 거푸집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보여준다(김진만 작ㆍ연출의 '거푸집 혼돈').

또 인권운동가들의 고문 체험 등을 통해 올바른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거나(이준호 작ㆍ박지호 연출의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소')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 현장을 생생히 재현해 우리 시대를 이야기한다(오세혁 작ㆍ김한내 연출의 '한밤의 천막 극장'). 1980년 5월 광주의 상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희화적 2인극으로 풀어내거나(이노우메 히사시 작ㆍ임세륜 연출의 '아버지와 살면') 1951년의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을 섬세한 음악과 함께 풀어낸다(놀이패탈 작ㆍ홍현우 연출의 '이 땅은 니캉 내캉').

레드 채플린'과 '자전거 날다'를 연출, 두 행사에 모두 참여하는 연출가 김한내씨는 "대학로가 뮤지컬 아니면 상업적 연극 일변도로 치닫는 상황에서 연극은 사회적ㆍ미학적으로 어떻게 발언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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