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우성암(84ㆍ강원 양양군 현남면) 할아버지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의 손자를 자처한 장병들이다. 이날 육군 23보병사단 소속 김동환(22) 병장과 이원범(23) 병장, 김용현(23) 병장은 어버이날을 맞아 우 할아버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그 동안 손보지 못했던 집안 곳곳의 묵은 때를 벗겨냈다.
또 다른 참전용사인 강호상(86ㆍ동해시 단봉동) 할아버지는 23사단의 도움으로 백내장 수술을 받아 밝은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 강 할아버지는 참전수당 외 별다른 수입이 없어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선근(82ㆍ강릉시 주문진읍) 할아버지는 장병들로부터 보청기를 선물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원도 동해안 일원에 주둔하는 육군 제23보병사단 장병들이 6·25 참전용사 돕기에 나섰다.
사단은 2월 초부터 '참전용사 돕기 10대 캠페인'을 기획, 강릉보훈지청의 협조를 받아 영동지역 참전용사 현황을 파악하고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사단 정훈공보참모인 김남금(44) 중령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사단 측은 우선 강원 영동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 1,830여명 가운데 가사·간병서비스 대상자 23명을 선정, 부대별로 일대일 자매결연을 했다.
뿐만 아니라 전 장병을 대상으로 '참전용사 돕기 모금운동'도 펼쳤다. 부사관 이상 간부는 1구좌에 5,000원, 병사는 계좌당 1,000원씩을 자율적으로 모금했다. 현재까지 부대원 1,936명이 신청, 지난달부터 매달 683만원을 참전용사들을 돕는데 쓰고 있다.
또한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을 '참전용사의 날'로 정하고 이날을 포함해 부대별로 월 2회 이상 참전용사 자택을 방문해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23사단은 ▦참전용사 생일상 차려주기 ▦참전용사 부대 초청행사 ▦참전용사 장례식 지원 등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배 용사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적장애를 가진 딸과 생활하고 있는 박선을(84) 할아버지는 "예전에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낼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매주 장병들이 찾아와 궂은 일도 해주고 말벗도 돼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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