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지난달 9일 북측의 근로자 전원철수 조치로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벌써 45일째다. 입주기업인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지만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입주기업 대표 240여명이 자산과 설비 점검을 위해 23일 공단방문을 허용해달라고 남북 당국에 요청했으나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부는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측은'근본문제'해결이 선결돼야 한다며 입주기업인들의 공단 방문에 부정적인 탓이다.
우리 정부가 입주기업들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 개성공단 현지에는 우리측 당국자가 한 명도 없고 통신선도 완전히 끊겼다. 때문에 북측의 신변보장 없이 남측 인원을 보낼 수 없고, 당국간 실무회담을 열어 통행계획과 통신재개 문제를 협의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북측이 실무회담 개최에는 응하지 않고 입주기업들에게 직접 팩스를 보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의 방북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하는 듯하다.
북측이 개성공단 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근본문제 해결이란 남측 언론이 외화벌이 운운하며 자신들의 존엄을 훼손한 것 등에 대해 사과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 등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경분리 원칙 하에 가동돼 오던 개성공단이다. 정치적 이유로 공단가동을 중단시키고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문제를 앞세우는 것은 북측의 개성공단 정상화 언급 진의를 의심케 한다. 북측은 우리 정부가 실무회담이 열리면'근본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는데도 회담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18~20일 사흘에 걸쳐 동해안에서 단거리 로켓 발사 훈련을 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남북간 기 싸움과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개성공단 정상화의 희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공단 기계 설비와 자재가 장마철을 앞두고 방치하면 심각한 손상이 불가피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4월 한 달의 남북교역액은 199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남북 당국은 더 늦기 전에 개성공단 재가동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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