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유치 대가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가 이전하게 된 경북 경주시. 이 때문에 그 동안 입지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엔 한수원이 설립 예정인 자율형사립고 입지를 두고 소지역주의가 부활할 조짐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 유치운동을 시작할 태세여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수원과 경주시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입학정원 5개 반 120명, 총정원 15개 반 360명 규모의 자율형 사립고를 2016년 3월 개교하기로 하고, 경주시와 협의해 조만간 입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자사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학교 인근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큰 득을 보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학교부지만 7만1,000㎡나 되고, 주말에 자녀를 찾아 오는 학부모와 외출하는 학생들로 인한 파급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명문 자사고가 있는 곳이라는 지역 이미지 제고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미 경주지역 3, 4개 읍면이 한수원 유치전에 뛰어들 태세다.
한수원 자사고 유치위원회 구성을 기정사실화한 안강읍은 최근 유치위원회 참가자 범위를 확정한 데 이어 다음주 중으로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도ㆍ시의원, 역내 각급학교장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각종 자생단체 대표 등 100여명이 참여할 방침이다. 게다가 유치를 위한 명분 축적을 위해 용역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동읍도 아직 유치위원회 구성은 아니지만 외동읍 개발위원회를 중심으로 유치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현곡면에서는 한수원 학교유치를 위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고, 천북면을 비롯해 다른 면 지역에서도 유치위원회 구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수원과 경주시는 자칫 유치전이 과열되면 본사입지 선정 때처럼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것을 우려하며 대책마련이 부심하다.
또 자사고 입지선정은 경주의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기관인 만큼 공모가 아닌 심사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인사는 “공모형식으로 하면 과열경쟁이 불가피하고, 결과와 무관하게 주민들간 갈등과 알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2009년 8월 당시 백상승 경주시장과 정수성 국회의원, 김종신 한수원사장, 최병준 시의회의장은 관계기관 합동기자회견에서 한수원 본사는 양북면 장항리에 건설하고 자사고 는 도심권에 건설하기로 합의했었다.
한편 한수원은 당초 계획대로 올 9월까지 학교법인 설립인허가를 받고 10월까지 법인을 설립해 2016년 3월엔 차질 없이 개교한다는 계획이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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