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권유로 군 장교의 길을 가게 된 아내가 다시 저를 장교의 길로 이끈 셈이죠."
육군 12사단 독수리연대 소대장인 김준배(31) 소위는 늦깎이 장교다. 지난해 12월 초 통상 23세쯤 임관하는 대부분 장교보다 열 살 가까이 많은 나이에 간부사관으로 군문에 들어섰다. 김 소위는 2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후회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밝혔다.
"아내는 반대했습니다. 안정된 부사관이 더 낫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현역 장교로 지원 가능한 나이가 31세까지입니다. 제 오랜 꿈인 군인다운 군인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김 소위의 아내는 국군대전병원 내과 간호사 조선영(26) 중위다. 2011년 4월 간호사관으로 임관해 남편보다 계급이 하나 높다. 조 중위가 군인이 된 데에는 김 소위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2006년, 김 소위는 다시 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05년 전투경찰로 군 복무를 마친 뒤 경비업체 직원으로 일하면서도 군인이 자기 길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해서다. 조 중위는 그런 그를 만나 군대 이야기를 들으면서 군에 매력을 느꼈다. 육군 부사관으로 다시 입대한 것은 2009년으로 김 소위가 빨랐지만 2011년 임관한 조 중위의 계급이 더 높았다. 이후 반 년여 뒤 그들은 군인 부부가 됐다.
장교 아내는 김 소위에게 자극제였다. 잠시 접어뒀던 꿈이 되살아났고, 지난해 4월 태어난 딸에게 '강한 아빠'가 되고 싶은 생각도 강했다. 김 소위는 불굴의 군인, 멋진 가장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첫 근무지로 강원 인제 12사단을 택했고, 공교롭게도 '세계 부부의 날'인 21일 최전방 일반전초(GOP)에 투입된다. "GOP에 투입되면 내년 2월까지 가족과 떨어져 있게 됩니다. 지금도 대전에서 일하는 아내와 대구 장모께서 돌보는 딸을 볼 기회가 적은데 말이죠. 하지만 한 곳을 바라보고 가는 인생의 동반자가 부부입니다. 우리 부부에게 그 한 곳은 나라를 위한 봉사죠."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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