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20일 영훈ㆍ대원국제중에 대한 감사에서 무더기 입시비리를 적발했지만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
당락 바뀐 부정 합격자는
먼저 애초에 국제중 감사를 촉발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성적 조작으로 영훈국제중에 합격했느냐는 점이다. 이 부회장 아들은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전형을 통해 이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 전형에서도 노골적인 성적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영훈국제중은 사배자 전형의 경우 학부모를 면담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따라 합격ㆍ불합격자를 내정했다. 합격 내정자에겐 주관적 채점영역 만점을 주었고, 그러고도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 3명을 최종합격시켰다. 더구나 사배자 전형은 일반전형과 달리 추첨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최종 선발하기 때문에 합격자를 바꿔치기가 훨씬 쉽다.
하지만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이날 이 부회장 아들이 합격 내정자 중 한 명인지,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는지 등 질문에 "학교 측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특정인에 대한 정보는 말할 수 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국제중 감사는 지난 1월 이 부회장 아들이 사배자 전형으로 영훈국제중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져 부유층의 편법 입학 논란이 불거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삼성 측은 "한부모 가정 자녀 요건을 충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학했다"고 밝혔지만, 광범위한 성적 조작 비리가 드러남에 따라 이 부회장 아들도 부정 입학 대상이냐는 의문이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채점표 폐기해 비리 은폐했나
두 국제중학교가 2011~2013학년도 3년치 입학전형의 주관적 영역 채점 원자료를 모두 없앤 점도 감사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영훈국제중의 경우 총점을 엑셀 파일로 작성한 심사점수일람표가 있어 성적을 조작했다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비리가 있는지는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대원국제중의 경우는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아 성적 조작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또 지원자가 애초 몇 점을 받았고, 원점수와 일람표상 점수가 일치하는지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승영길 시교육청 사무관은 "학교 측은 심사가 끝난 자료라 아무 생각 없이 버렸다고 주장하지만, 성적 조작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없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감사 착수에 늑장을 부려 증거인멸을 방조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편입학 뒷돈 거래 있었나
감사의 핵심 중 하나였던 편입학 뒷돈 거래 의혹도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이들 국제중이 편입학 대가로 2,000만~5,000만원을 받았다는 학부모 제보가 있었지만 시교육청은 의혹을 푸는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조 감사관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에게 처음 뒷돈 입학을 제보했던 학부모의 인적사항을 받을 수 없어 감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뒷돈 거래 의혹은 규명 시도조차 못 한 채 검찰에 넘기게 됐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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