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중학교도 다니지 못한 예술인이 환갑이 넘어 고향인 영주에 미술관을 지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전시예술의 불모지인 영주시에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영주시 하망동 찰탄산 아래 작은 마을에 '홍송아트 김주백미술관'을 연 김주백(63)화백. 그는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지만 한 시도 고향생각을 잊은 적이 없다"며 "영주시민들이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미술관을 통해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에 문을 연 미술관은 200㎡ 규모의 한옥형으로 다른 어느 미술관보다 눈길이 간다. 이곳에는 그가 10여년간 그린 2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인 수묵담채화를 위주로 풍경화와 인물화 등 회화작품과 20점의 착시미술품도 선보인다. 착시미술실에는 천사의 날개 등 입체적 그림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작품으로 김 화백이 6개월간 작업한 끝에 완성했다. 미술관은 매주 금,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개관식 도 남달랐다. 18점을 내 놓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납부 영수증을 가져 온 시민들에게 기부 액수와 무관하게 그림을 그냥 건넸다. 객지에서 사업 성공 후 화가로 활동하면서 해 오던 나눔운동의 일환이었다. "미술관 운영 과정에서 수익금이 나오면 모두 불우이웃돕기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그림에 공식 입문한 것은 48살이 되던 해였다.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어린 시절 키워온 그림에 대한 갈망을 막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만 나오고 강원 원주로 넘어가 가구공장에서 디자인 일을 배워 자신의 회사를 차려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중ㆍ고교 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가슴 속 깊숙이 묻어 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끝까지 억누를 수는 없었다. 김 화백은 "우리 나이 14살 때 8폭 신선도와 10폭의 성학십도를 완성했다"며 "더 늦기 전에 못다 한 것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에 가구공장을 접고 홍익대 사회대학원 최고위과정에서 2년 과정을 두 번 다니며 미술을 공부했다"고 밝혔다. 이후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김옥경 화백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워 나름대로 자신만의 화풍을 터득했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재학 중에는 최고위미술상 등을 수상했고, 그 동안 4차례의 개인전과 30회의 연합전에 참가했다.
"그 동안 나 자신을 위해 살아 왔다면, 이제는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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