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간첩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김(한국명 김진우ㆍ46) 관련 수사를 하면서 기자의 통화 기록과 이메일을 뒤져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의 통화기록 조사 파문에 이어 나온 의혹으로 언론의 정부 비판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의혹은 배경과 수사기법에서 AP통신 조사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AP통신의 전화기록 수집 사건은 지난해 중앙정보국(CIA)이 AP통신의 예멘 알카에다 미국행 항공기 테러 계획 저지 기사를 기밀 누설로 규정하면서 시작됐다.
스티븐 김 사건도 2009년 6월 "CIA가 북한 내부 정보원을 통해 북한이 추가 핵 실험을 할 것이란 사실을 파악했다"는 폭스뉴스 보도가 계기였다. 이후 북핵 전문가인 스티븐 김은 미국 국립핵연구소 소속으로 국무부에 파견 근무하던 2009년 5월 폭스뉴스의 제임스 로젠 기자에게 문제의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스티븐 김은 당시 국무부 공보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요청 받고 이미 공개된 정보를 로젠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기록에서 로젠에게 제공된 정보는 관련 당국자 95명만 공유하는 극비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FBI는 스티븐 김과 로젠의 이메일 비밀교신 등을 이유로 로젠을 정보 유출의 협조자나 교사자 또는 공모자로 보고 있다. FBI 기록에 따르면 로젠은 스티븐 김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별표 하나(*)는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다', 별표 두 개(**)는 그 반대를 뜻하는 신호를 사용했다.
WP는 "언론자유의 보호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에 비춰볼 때 로젠의 행위가 불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면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런 성격의 수사를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이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AP통신 사건의 변호를 맡은 찰스 토빈은 "법원이 로젠의 이메일을 압수토록 한 것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4년이 지나도록 재판조차 열리지 않는 스티븐 김 사건은 2014년에나 공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