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인 직장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정당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기 의왕시의 한 중소업체에서 근무하던 미혼 여성 A(36)씨는 입사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6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사유는 사내질서 문란과 회사의 명예훼손, 근무태도 불량 등. 회사는 A씨가 직장 동료인 기혼 남성 B씨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근거로 A씨가 "사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회사 경영진은 A씨와 B씨가 불륜 관계라는 소문이 들리자 B씨를 상대로 이를 추궁, 불륜 관계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받아냈다. 동료 직원들의 눈총과 회사의 사직 권고를 감당하지 못한 B씨는 진술서를 제출한 직후 회사를 그만 뒀지만 A씨는 달랐다.
A씨는 회사가 사직할 것을 권고하자 '부당해고'라며 반발하며 임직원 전원에게 '사장의 간교함은 뱀에 뒤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A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잇달아 기각됐고, 결국 지난해 6월 소송을 냈다. A씨는 이미 회사를 떠난 B씨로부터 '불륜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새 진술서까지 받아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이승택)는 A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둘의 관계는 당사자인 B씨의 진술서가 바뀌어 그 실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A씨가 B씨에게 '연락을 받지 않으면 부인한테 알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낸 점 등 여러 정황상 A씨와 B씨의 관계가 정상적인 동료나 친구 관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직원이 13명에 불과한 A씨 회사의 특성상 특정 직원 사이의 불륜 내지 부적절한 관계는 회사 분위기를 매우 저하할 우려가 있어 충분히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회사 사장을 모욕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7차례 무단 결근하고, 업무와 무관한 인터넷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한 것도 정당한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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