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지만 20년 가까이 묵은 숙제에 대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노동계 참여를 유인할만한 현실성도 없는데다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정부 발언이 잇따르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소송 등 갈등이 장기화돼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노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노사정 및 공익대표가 함께 통상임금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과 보완대책에 대해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벌써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고, 경영계는 대화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통상임금을 폭넓게 인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어 노사정 대화 전망은 밝지 않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로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굳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이 19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의 인정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려 왔는데도 1988년 만든 산정지침을 고수하는 바람에 문제를 키운 고용부가 뒷북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관련 소송만 100여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노동계에서도 줄곧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까지 내리고, 학계에서도 "개별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해왔지만 고용부는 "섣불리 변경할 경우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댄 애커슨 GM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거론되면서 이슈로 불거진 뒤에도 고용부는 열흘이 넘도록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 사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뺏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하는 등 혼선을 보이면서 오히려 노사정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의 통상임금 발언부터 경영계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론화돼 노동계는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방하남 장관도 이날 "대법원의 판례가 전원 합의체 결정은 아니다"라며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시사, 노동계는 더욱 반발하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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