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밝힌 영훈국제중의 입학성적 조작은 수개월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상 최악의 입시비리라 할 만하다.
성적 조작을 주도한 교감,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은 전형이 시작되기 전부터 합격ㆍ불합격자를 내정했다. 2012학년 여름 학교가 주최한 영어캠프에 참여한 원어민 지도교사로부터 캠프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나쁜 행실(Bad behavior)', 'X' 등으로 표시한 메모를 제출하도록 해 불합격군을 가려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의 경우 지원자의 입학지원서를 받기 전에 사전 면담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했다. 학부모가 "학교 발전에 부적절한 것 같다"고 판단하면 불합격으로, "학교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합격 내정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감 등 3명은 명목상 운영된 학교입학관리위원회를 주도해 주관적 채점 영역의 점수를 조작했다. 국제중의 신입생 서류전형은 초 5~6학년의 교과성적(50점)ㆍ출석성적(5점)ㆍ담임교사 체크 추천서(22점)의 객관적 채점 영역과 담임교사가 자유롭게 작성하는 추천서(8점)ㆍ자기개발계획서(15점)의 주관적 채점 영역으로 진행된다. 1단계 서류전형 합격자는 2단계 추첨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이들은 일반전형 지원자 1,193명 중 객관적 채점 성적이 525∼620위로 불합격권인 6명에게 주관적 채점 만점을 줘 합격권인 384위 내로 진입시켰다. 자기개발계획서 심사에서 만점을 받아 1단계 전형을 통과한 학생은 이들 6명 외에 1명밖에 없었다. 6명 중 3명이 추첨을 통해 합격했다.
심지어 사배자 전형 비경제적 부문에서는 합격시키기로 한 학생들에게 만점을 주고도 학생들이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 결국 3명을 합격시켰다.
또 사배자 전형 경제적 부문에서 부적격자로 분류된 지원자 13명이 1단계 서류전형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자 추천서 심사에 최하점을 줬고, 결국 이들 중 3명만 합격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객관적 점수를 일렬로 늘어놓고 주관적 점수에 변동이 큰 경우를 살펴 보니 조작의 경향이 발견됐고, 여기에 비리 관련자들의 진술을 들어 주관적 영역 점수 23점(100점 만점)을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대원국제중은 2010학년도 신입생 특별전형인 차세대리더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 20명 모두 일반전형에 지원토록 해 1단계에서 15명을 합격시켰다. 전형요강에 따르면 중복지원은 금지돼 있다. 이 중 5명이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했다. 일반 전형 지원자 15명이 불이익을 받은 것이다. 대원국제중은 성적조작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훈재단은 재단법인 자체가 개입해 조직적으로 입학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보이며, 대원외고 입학전형을 치러온 대원재단은 입학시스템이 자리를 잡아 법인의 개입 여지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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