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앉은 서민의 채무를 줄여주고 자활을 돕겠다는 취지로 발족한 국민행복기금이 신청 한 달만에 11만여명이 접수했다. 이 가운데 채무조정 대상자가 5,000명에 육박해 수혜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부터는 연대보증 채무자들도 채무조정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수혜자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20일 금융위원회와 행복기금 운용 기관인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행복기금 채무조정 신청자는 총 11만1,303명에 달했다.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가접수에 몰린 신청자 9만4,036명에 1일부터 시작된 본접수 신청자 1만7,267명을 더한 수치다.
행복기금과 채무조정 협약에 체결한 신청자는 16일 현재 4,86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신청자의 4.37%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 8일 1.49%(1,542명)에서 대폭 늘어났다. 가접수와 본접수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루 400명 정도씩 선정되고 있는데다 이날부터 연대보증자의 신청도 접수되면서 수혜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행복기금은 지난 2월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를 연체한 채무자의 금융권 대출 원금의 최고 50%(기초생활수급자는 최고 70%)까지 탕감하고 나머지는 10년에 거쳐 나눠 갚을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협약 체결 신청자가 채무조정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는 원금, 연체 이자 등이 다시 살아나는데다 기타 법적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행복기금의 또 다른 형태인 '바꿔드림론'은 지원폭이 확대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1만5,489명이 신청해 1,601억원을 지원했다. 금융회사에서 20% 이상의 고금리 채무를 진 사람이 6개월 이상 성실하게 상환 중일 때 저금리로 전환 대출해 주는 것으로, 정부는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채무액 4,000만원 이하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행복기금 신청자 4명 중 3명의 채무 규모가 2,000만원 이하인 점에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 이에 따라 조정되는 채무 규모 또한 적어 정부는 수혜자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위는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서민 금융상품 연체자에 대한 행복기금 채무조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복기금이 빚을 갚을 수 없는 저소득ㆍ저신용자에 대한 지원책인 만큼 미소금융과 햇살론 연체자들도 행복기금의 채무조정 대상이 되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소액대출이 대부분이어서 기금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서민금융 연체자까지 행복기금 수혜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법적 미비가 우선 해소돼야 한다는 점이다. 미소금융의 경우 운용하는 미소금융중앙재단이 법률상 금융회사가 아니다. 곧 행복기금과 채무조정 협약 대상이 금융회사로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햇살론도 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이어서 이용자가 연체할 경우 신보재단이 대신 변제한 뒤 채권을 획득한다. 이 채무자가 행복기금의 수혜자가 되려면 신보재단이 획득한 채권을 행복기금에 매각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매각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햇살론과 미소금융 등이 대표적인 서민 지원 금융이라는 점에서 연체자가 행복기금까지 이용한다면 중복지원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검토중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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