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짜파구리’ 열풍이 대단했습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아주 심플한 ‘퓨전’요리였지요. 2월 중순 MBC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출연진이 먹는 모습이 소개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그 위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너구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짜파게티 매출은 20% 늘었고, 최근 롯데마트에서는 너구리와 짜파게티가 부동의 1위 신라면을 누를 정도라고 합니다.
농심은 생각지도 못한 인기에 힘입어 싱글벙글입니다. 마트 매장 진열대에서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진열하고, 짜파구리 요리법을 작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짜파구리 요리대회를 후원하는 등 마케팅에도 한창입니다.
짜파구리 열풍은 또 다른 퓨전요리를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조리법 대신 자신이 재창조한 방법으로 요리를 하고 이를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지요.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자신만의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나눠먹는 ‘먹방’(먹는 방송)도 이 열기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배우 최강희가 선보인 ‘너볶이’가 그런 경우입니다. 너구리와 떡볶이를 합친 요리로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은 물을 끓인 후, 떡볶이 재료와 라면 스프를 추가하는 것인데 SNS 등에선 ‘짜파구리 라이벌’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또 다른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시즌3’의 야간매점 코너는 그야말로 푸드 믹솔로지(기존 제품들을 섞어 전혀 다른 신메뉴로 재탄생시키는 것)의 등용문이라 할 정도입니다. 소면에 인스턴트 육수를 붓고 총각김치, 초고추장, 설탕을 곁들이는 ‘진국수’에 이어 지난 17일에는 ‘골빔면’이 등장했습니다. 골뱅이에 비빔면의 액상스프, 참기름, 파를 섞고 라면을 비벼먹는 것인데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로 호응이 높았습니다.
이처럼 소비자와 연예인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요리법은 식품시장에 여파를 미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역시 시장을 움직이는 건 생산자 아닌 소비자인 것 같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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