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국회의원 17명은 법원이 국가보안법(국보법)과 형사특별법 위반으로 판결했더라도 법적 근거가 없어 해산시킬 수 없었던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 범죄단체 등을 강제 해산시킬 수 있는 법률 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이 법은 2010년 9월1일 발의됐다가 지난해 5월 제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그러다 거의 1년여 만에 재발의가 시도된 것이다.
이번 법률 제정안은 국보법 개정을 둘러싼 우리사회 일각의 반감 내지 거부감을 감안해 방법을 바꿔 개별법 형식으로 발의되었지만, 실제로는 헌법 가치와 법치주의 수호를 위한 세 번째 반복 발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은 국보법상 이적 단체는 물론이고 형법과 폭력행위 처벌법상의 범죄단체도 포괄하고 있어 실질 법률안 형태를 갖췄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국보법을 위반해 전과자가 된 일부 인사들이 진보 성향 정당의 간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북한의 대남 선전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하고 북한 주장을 그대로 퍼뜨리는 등 이적 활동을 한 정황을 공안당국이 최근 확인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24일 김정일 사망 100일을 맞아 무단 방북해 반국가적 친북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 노수희 부의장이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글귀가 선명한 조화를 김정일 초상화에 바치는 등 이해하기 힘든 반국가적 행위를 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다 못해 자신의 조국을 만경대라고 못을 박은 인사조차 당당하게 귀국할수 있을 만큼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국가적 활동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고 아량을 베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 여겨진다.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국보법 폐지 논의와는 무관하게 이적 행위에 대해선 엄격한 법 적용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엔 가입만 해도 국보법 위반에 해당하는 각종 단체들을 해산시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범민련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이 단체는 1990년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남북한과 해외의 이른바 재야인사들을 규합해 독일 베를린에서 결성한 조직이다. 북한 정권과 구체적으로 연계해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찬양했고, 북한의 대남전술 노선과 맥락을 같이하는 일단의 활동들을 전개해 왔으며, 이런 사실이 인정되어 95년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바 있다. 문제는 국보법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처벌로서의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보법 위반이라는 죄목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일각에선 이를 명예롭게 여기기까지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보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던 한 국회의원이 자신의 활동을 "자랑스러운 나의 스펙"이라고 한 발언은 위험천만하다. 탈북자를 향해 "변절자"라고 비하해 파문을 일으킨 다른 의원의 경우 국보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 받았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총리실 산하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명예 회복 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원의 위법 판결을 받고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반국가 단체를 해산 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야 의원들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판단이다. 여야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진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 단체와 친북 세력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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