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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의 Dr. 논술] 한 단락 내 기본쟁점은 하나만… '교육문제=혁신학교 문제' 등 논리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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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의 Dr. 논술] 한 단락 내 기본쟁점은 하나만… '교육문제=혁신학교 문제' 등 논리적 오류

입력
2013.05.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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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을 담보하는 주장 글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 중의 하나가 단락별 구성이다. 이때 각 단락에서는 하나의 중심내용을 기초로 단락이 구성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개별 단락은 하나의 중심문장으로 축약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연, 상술 그리고 예시를 통해 해당 단락의 내용이 많아질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 단락내의 기본쟁점은 하나여야 한다.

김용준 학생 글의 단락구성을 살펴보자. '1단락: 학교가 즐거울 수 있을까? 어쩌면 즐거울 수도 있다(문제제기-자문자답) → 2단락: 모든 혁신학교가 다 성공적이진 않다(상황소개) → 3단락: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핵심주장).' 형식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이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단락 내 중심화제가 여럿이면 별개의 단락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논의의 명확함을 위해 현재 3개의 단락으로 구성된 글을 5개로 나누어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현재의 글 내용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단락을 재구성해보자. 1단락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2단락에서는 신은초의 사례를 소개하고, 3단락에서는 혁신학교 운영의 여러 유형을 보여주고, 4단락은 운영실패의 주된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는 주장을 하고, 마지막 5단락에서 학생들 중심의 학교운영을 하자는 마무리를 한다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전체 글이 일관된 맥락을 갖기 위해서는 글 쓰기 이전에 개요 짜기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를 했다. 충실한 개요를 바탕으로 글쓰기가 이루어져야 짜임새 있는 글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강의 개요만으로 물 흐르듯이 글을 쓰게 되면 한편의 에세이가 되기 십상이다. 꼼꼼하게 개요를 짜야 한다. 이 글이 어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하며,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가 분명하고 일관성 있게 드러나야 한다. 물론 주장에는 그에 따르는 근거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어야 한다. 주장한다는 것은 설득한다는 것이고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개요 짜기를 바탕으로 한 내용인지를 살펴보자. 이 글의 문제의식은 '학교가 즐거운가?'혹은 '학교가 즐거울 수 있는가?'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핵심주장은 '학교가 즐겁다거나 혹은 즐겁지 않다'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글의 핵심주장은 명시적으로 '즐거운 학교가 되기 위해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교운영을 해야 한다'이다. 문제의식과 핵심 주장 사이에 호응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빚는다.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이 일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수필이다. 설득하기 위한 글은 쟁점과 주장 사이의 연결성이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설득력 없는 자기만족의 논리구성은 그저 사변적인 글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글의 논리구성에 대해 검토해보자. 3단락에서, '교육문제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학교 시도는 의미가 있다 → 많은 혁신학교 중에서 일부가 성공한다 → 실패하는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 → 그러므로 혁신학교 실패의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다'는 논리를 보여준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논리에 오류가 있다. 이러한 논리구성에 대하여 의구심이 들지 않는다면 유사한 문장을 통해서 살펴보자. 가령, '실업문제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 실업해결을 위한 재교육시도는 의미가 있다 → 많은 재교육 중에서 일부가 성공한다 → 실패하는 재교육은 수강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 → 그러므로 재교육의 실패는 강사들에게 있다'이다. 이제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되는가? 교육문제를 논함에 있어 혁신학교만으로 담론의 범위를 임의로 줄여 '교육문제는 혁신학교 문제다'라는 식의 오류를 범했다. 또한 '재교육 대상자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으니 실업의 원인은 강사들 때문'이라는 결론을 낼 수 없듯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으니 혁신학교 실패의 책임은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자의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ㆍ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임경훈 서강대 공공인재학부ㆍ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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