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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뒷바람, 엄마의 기도가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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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뒷바람, 엄마의 기도가 통했다

입력
2013.05.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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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PGA 한국인 세번째 챔프 탄생승부처 17번 홀 짧았던 티샷… 바람 타고 연못 넘어가 우승 결정야구를 좋아했던 소년집·차·반지까지 팔아 뒷바라지 한 억척 엄마 지극 정성 덕에한국 일본 프로골프 상금왕 찍고 미국 무대서도성공시대 열어

배상문이 20일(한국시간) PGA 투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첫우승을 확정짓자 이동환이 축하물세례를 퍼붓고 있다. 작은 사진은 2007년SK텔레콤오픈에서 배상문과 캐디로 나선 어머니 시옥희씨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모습. 어빙(미텍사스주)=AP 연합뉴스

야구를 좋아했던 소년이 골프로 세계를 품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국가대표도 하지 못했던 '비주류'였지만 자신의 힘으로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최고가 됐다.

배상문(27ㆍ캘러웨이)이 한국선수로는 세 번째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PGA 43개 대회 출전 만에 우승한 배상문은 한국 선수로는 최연소 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장타자인 배상문이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 TPC(파70ㆍ7,166야드)에서 열린 HP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 합계 13언더파 267타로 PGA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배상문은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3승을 올린 키건 브래들리(11언더파 269타ㆍ미국)를 접전 끝에 2타 차로 제쳤다. 한국선수로는 최경주(43ㆍSK텔레콤), 양용은(41ㆍKB금융그룹)에 이어 세 번째로 PGA 투어에서 정상에 섰다. 우승 상금은 117만달러(약 13억원)이다.

배상문은 "꿈을 이뤄 너무 행복하다. 이번 대회 1라운드를 치고 난 뒤 뭔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배상문은 어린 시절 야구를 좋아했다. 8살이던 1994년 부모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고 11년 만인 2005년 시드 선발전을 거쳐 프로에 데뷔했다.

그는 골프계에선 '주변인'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경제 사정 탓에 흔한 태극마크 한 번 달지 못했다. 하지만 특유의 장타와 타고난 승부근성, 정교한 퍼터를 앞세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06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에머슨퍼시픽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배상문은 승승장구했다. KPGA 투어에서 7승을 쌓았고, 2008년과 2009년엔 상금왕에 올랐다. 이듬해 일본으로 진출한 배상문은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3승을 수확하면서 상금왕을 차지했다.

PGA 투어 Q(퀄리파잉)스쿨 삼수 만에 2012년 미국에 입성한 배상문은 트랜지션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겁 없는 새내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도전 2년째인 올해 PGA 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어머니의 헌신

배상문의 성공에는 그의 어머니인 시옥희(57)씨의 헌신이 있었다. 시씨는 아들이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살던 집은 물론 자동차, 반지까지 몽땅 팔아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했다. 배상문이 많은 돈을 벌어 팔았던 집을 되찾아줬지만 시씨는 불사로 시주를 했다.

그것도 모자라 국내 대회에서는 직접 골프백을 매고 전국을 돌며 가까이서 아들을 챙겼다. 아들이 경기를 못하면 현장에서 심하게 야단쳐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시씨는 이번 대회에서 아들의 우승을 기원하며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간절히 기도를 했다.

어머니의 기도가 통했을까. 브래들리에 1타 앞서고 있던 배상문은 17번홀(파3)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 샷이 짧아 물 속에 빠질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바람이 불어줬고, 티 샷한 볼은 간신히 그린 위에 떨어졌다. 배상문은 행운이 찾아온 이 홀을 승부처로 꼽았다.

배상문은 어머니의 뒷바라지를 자양분 삼아 무럭무럭 성장했고, 꿈에 그리던 PGA 무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시씨는 "아들을 혼자서 키우다 보니 그 때는 너무나 절박했다. 사춘기에는 아들과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잘 따라준 아들이 고맙기도 하다"면서 "이제 PGA 투어에서도 우승을 했으니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 앞으로 골프장에서 소리지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강심장을 가진 승부사

배상문의 강점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선수와 붙어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친다. 또 주변의 관심을 즐길 줄 아는 스타기질도 갖고 있다.

배상문은 2009년 한국오픈에서 일본의 골프영웅 이시카와 료와 차세대 골프 황제로 입지를 다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꺾고 우승컵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번에도 배상문은 정상급 선수들과 숨막히는 경쟁을 벌였다. 그는 미국의 차세대 스타인 브래들리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배상문은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랭킹이 지난 주 108위에서 17위(159만2,794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페덕스컵 랭킹에서도 지난주 보다 77계단 澯쪄?18위(769점)에 이름을 올렸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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