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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층간 소음 문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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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층간 소음 문제 해법

입력
2013.05.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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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2004년 겨울 라는 책을 내고 이듬해 초부터 책 내용을 주제로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첫 강연쯤인 행사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기억이 난다. 그 자리는 그가 쓴 베스트셀러 이나 그의 붓글씨를 기억하는 사람 350여명으로 가득 찼다.

강연은 성공회대 강의를 간추려서 묶은 책 내용을 소개하면서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고전의 이런저런 메시지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이야기 중에 그가 유난히 강조한 것은 동양고전에서 찾아낸 관계론적 사고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논어 자로(子路)편의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를 인용한 뒤, 덜 된 사람일수록 그냥 같아져 버리지 화합해 살 줄 모른다는 이 구절의 의미를 '동(同)'이란 지배와 억압, 흡수와 합병이라는 근대사회의 논리이며 '화(和)'는 공존과 평화의 논리라고 설명하는 식이었다.

동양 고전의 문장을 인용해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가는 그 강연 중 양념처럼 곁들인 그의 에피소드 한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신 교수가 아파트에 살면서 윗층 아이들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꽤나 마음고생 했던 적이 있었던가 보다. 아 이걸 어쩌나, 아이들 야단을 쳐야 하나, 부모들에게 항의해야 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아파트 놀이터에서 윗층집 아이가 노는 걸 우연히 보게 됐다. 그 아이와 말 한 마디 나눠 본 적 없었던 신 교수는 과자 하나를 사서 들고 아이에게 다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야단을 치거나 주의를 주려고 간 게 아니라 그 아이와 우선 말을 트고 친해지고 싶었던 게다. 물론 그 뒤에도 윗층의 쿵쾅거리는 소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참 희한하게도 그 소리가 아이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하기 전 만큼 거슬리지 않더라는 거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 소음 다툼으로 사람 죽이는 일까지 벌어지자 이런저런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공동주택을 지을 때 층간 바닥 두께를 21㎝ 이상으로 하고, 위층에서 뛰거나 할 경우 충격음도 일정 기준(가벼운 충격의 경우 58㏈) 이하로 해서, 집을 지을 때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건설 기준을 강화했다. 시민의 80% 이상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서울시 같은 지자체도 이 같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최근 내놨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주민들끼리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해결하도록 하는 주민협약을 만들거나 '층간소음주민조정위원회' 같은 전담 조직을 만드는 '집단적인 대화를 통한 조정'이다.

층간 소음이 과연 바닥 두께를 늘린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위아래 싸움이 벌어진 뒤 주민들이 나서면 서로 상한 마음이 얼마나 치유될 수 있을까.

지난해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공동주택 층간 소음의 원인으로 '아이들이 뛰거나 걷는 소리'라고 답한 사람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아이들 키우는 사람 처지에서는 뛰지 말라고 나무라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충격을 줄여본다고 거실이며 방에 온통 매트를 깔아 놓아도 소리가 난다면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위층 소음 때문에 한밤 단잠에서 깨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위층 아이들 뛰는 소리가 거슬린다면 뛰어올라가 야단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신 교수처럼 그 아이들과 먼저 친해져 보는 건 어떨까. 아래층에서 너무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자꾸 싫은 소리를 한다면, 그걸 쌓아두고 속 끓지 말고 그 집 사람과 이야기 나눌 기회를 자꾸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별식으로 부침개라도 만든 날이면 맛 보라고 들고 가거나 명절 때 자그마한 선물 하나 챙겨 보는 것도 방법이다. 위층 아이가, 아래층 사람이 남이 아니라 이웃이 될 때 층간 소음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 같다.

김범수 문화부 차장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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