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27ㆍ캘러웨이)은 지난달 25일 국내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출전했지만 컷 오프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그였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선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는 "PGA 투어에서 우승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은 쓸데없는 우려에 불과했다. 배상문은 발렌타인 챔피언십 이후 3주 만에 열린 PGA 투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배상문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우승은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 꿈꿔 오던 일이 현실로 이뤄져 행복하고 흥분된다"면서 "노력의 열매를 맺게 돼 기쁘다.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초반 드라이버나 퍼트가 좋아 자신 있었다. 16∼18번홀에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내 플레이를 하고자 집중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안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배상문은 17번홀(파3)을 승부처로 꼽았다. 그는 이 홀에서 티샷을 홀 7m에 떨어뜨렸다. 티샷이 짧아 하마터면 물에 빠질 수도 있었다. 배상문은 이 홀에서 2퍼트로 잘 막아 파 세이브를 했지만 우승 경쟁을 벌인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5m짜리 파 퍼트를 놓쳐 무너졌다.
배상문은 "티샷을 짧게 날렸지만 바람 덕을 봤다. 운 좋게 파로 막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배상문은 페기 넬슨 여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페기 여사는 2006년 작고한 PGA 선수 바이런 넬슨의 아내다. '그린의 신사' 넬슨은 메이저 5승을 포함해 PGA 통산 54승을 거뒀다.
배상문은 "페기 여사가 그쪽에 서서 나를 보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대회 우승의 원동력으로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성장을 꼽았다. 배상문은 미국 무대 정복을 위해 릭 스미스 스윙 코치, 캐디 맷 미니스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다. 새로 만난 스윙 코치 덕분에 페이드 샷이나 드로우 샷을 만족스럽게 날릴 수 있을 만큼 한 두 단계 성장했다"며 "지난해 말부터 마인드 컨트롤을 숱하게 반복하면서 심적인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PGA 첫 우승으로 심적인 부담을 덜어낸 배상문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 이달 말에 열리는 특급 대회인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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