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가 전체 일정의 약 4분의 1을 소화했다. 20일 현재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24승11패(0.686)로 2위 넥센(23승11패ㆍ0.676)에 반 게임 차 앞선 선두에 올라 있다. 특별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 삼성은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토종 선발진의 호투가 1위 질주의 원동력이다. 다승 선두 배영수(6승), 윤성환과 장원삼(이상 4승) 등이 14승이나 책임졌다.
그 중 윤성환(32)은 1.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장 안정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마산 NC전에선 7이닝 동안 13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개인 통산 최다 삼진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윤성환은 "아직은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다승, 평균자책점 타이틀에 욕심은 없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질 뿐"이라며 "그래도 아직 넘어보지 못한 15승은 반드시 올리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호투의 비결? 두 가지 슬라이더
윤성환의 별명 중 하나는 '실질적 에이스'다.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 '왼손 에이스' 장원삼, '미래의 에이스' 차우찬 등과 함께 '에이스'란 칭호가 붙는다. 그 중 '실질적'이라는 수식어는 그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윤성환은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부터 17일 마산 NC전 3회까지 25이닝 무실점 행진을 했다.
"연속 이닝 무실점이요?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올해 만만한 타선이 없잖아요. KIA, 두산 라인업은 전광판만 봐도 무섭고 한화, NC 타선도 강합니다. 아무래도 방심하지 않고 던지다 보니 연속 안타를 맞지 않고 실점도 적었던 것 같습니다."
20일 현재 윤성환은 1.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 3위다. 두산 니퍼트(1.58) KIA 양현종(1.61)이 간발의 차이로 1,2위다.
그래도 위기 관리 능력만큼은 윤성환이 최고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7푼7리밖에 되지 않는다.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는 상태에서 39명의 타자에게 단 3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70~80%의 힘으로만 던집니다. 그러다 주자가 2루까지 진루하면 그때부터는 100%의 힘으로 던집니다. 아무래도 최소 6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 것 같은데요. 한 때는 직구 최고 시속이 147~8㎞까지 나왔지만, 이제는 스피드에 대한 욕심 보다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래도 유독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답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방심하지 않고, 100%의 힘으로 던지는 것은 다른 투수들도 마찬 가지다.
분명 윤성환 만의 무기가 있었다. 그의 답은 '두 가지 슬라이더'였다.
"지난해 안지만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배웠습니다. 솔직히 어렸을 때는 슬라이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커브만 잘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다르더라고요. (안)지만이의 슬라이더 그립은 저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원하는 대로 들어가지 않았는데요. 작년 한국시리즈부터 '이제 됐구나'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지금은 컷패스트볼(커터)처럼 빠르게 휘는 것과 일반 슬라이더처럼 각이 큰 슬라이더, 두 가지 종류를 던지고 있습니다. 슬라이더를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게 되니 볼 배합에도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투수조 최고참, 책임감에 눈을 뜨다
윤성환은 평소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기 암시를 건다. 2004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부터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철칙이다.
첫째 초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넣어야 한다. 둘째 볼넷은 안 된다. 셋째 안타는 언제든지 맞아도 된다.
"가장 평범한 얘기인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올해 볼넷이 적은 것도 이 철칙을 나름대로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윤성환은 9이닝 당 볼넷이 1.64개로 정규이닝을 채운 투수 중 2위(1위 LG 우규민 1.31개)다.
윤성환의 또 다른 철칙은 훈련이다. 평소 캐치볼 등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잘 던질 수 없다는, 이 역시 평범한 진리다.
김현욱 삼성 불펜 코치 겸 트레이닝 코치는 "우리 선수들은 다른 구단에 비해 캐치볼을 많이 한다. 훈련 시간도 길다"며 "대표적으로 성실한 투수가 윤성환"이라고 귀띔했다.
"작년까지는 정현욱(35ㆍLG), 권오준(33ㆍ삼성) 등 선배 2명이 있어서 훈련 때 형들을 따라 하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준이 형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배영수와 제가 투수조 최고참입니다. 후배들이 저희를 따라 한다고 생각하니 허투루 훈련할 수가 없더라고요. 더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하하."
윤성환의 올 시즌 목표는 한 시즌 개인 최다승이다.
"2009년과 2011년 기록한 14승을 넘어 15승 이상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윤성환은 "15승을 한 번도 못했다. 올해처럼 시즌 초반 많은 승수를 쌓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꼭 15승 고지에 올라보고 싶다"며 "앞으로도 내 공을 믿으면서 과감히 몸쪽 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삼성이 팀 평균자책점 1위였는데, 올해도 痢?팀이 1위를 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으로도(슬라이더), 정신적으로(투수조 최고참)도 한 단계 성장한 윤성환의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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