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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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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황우석 사태' 이후에도 변한 게 없다

입력
2013.05.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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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찬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임용ㆍ승진 때 제출한 논문들도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서 서울대와 관련 학회의 안일한 대처가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2005년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으로 큰 곤혹을 치르고도 검증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어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전 교수가 2008년 임용과 2010년 부교수 승진 평가 당시 연구업적이라며 제출한 논문은 각각 3편씩 총 6편. 그러나 이들 논문 중 표절 의혹이 제기된 4편은 지난 3월 자진 사퇴 계기가 됐던 2004년 발표된 표절 논문과 문장 짜깁기 방식에서 닮은 꼴이라는 게 논문을 본 학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2009년 발간된 한국정치학회보 제43집에 실린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에 대한 재고찰' 영문 요약본은 주어만 바꿨을 뿐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2007년 나온 교양철학서인 의 서문 한 단락을 그대로 갖다 썼다. 이 논문은 김 전 교수가 조교수에서 부교수가 되는데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 받았다. 김 전 교수는 이러한 문장 짜깁기 식 논문을 작성해 제출해도 학교와 학회의 검증에서 걸리지 않자 반복해온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기자는 김 전 교수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서울대에서 일어난 연구부정행위는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서울대는 검증시스템과 연구윤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대가 표절검색전문 데이터베이스(DB) '턴잇인(Turn it in)'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단적인 예다. 턴잇인은 1억2,000만 건 이상의 논문이 등록돼 있으며 기존 논문과의 비교를 통해 표절 논문을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영국 대학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2년 사이에 카이스트, 한양대, 국민대 등 12개 대학이 도입했다. 서울대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오갔으나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턴잇인의 데이터베이스 대다수가 영문 논문으로 국문 논문도 많이 발표하는 대학 특성상 프로그램의 사용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다 보니 심사위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허점도 개선되지 않았다. 교수 임용ㆍ승진 평가는 해당 학과 교수와 관련 분야 외부 교수 5,6명이 당사자가 낸 논문을 심사해 결정한다. 그러나 전공자가 적은 분야일 경우 평가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김 전 교수의 전문 분야인 정치사상도 전공교수가 많지 않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심사위원의 눈에 적발되지만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논문 표절로 잇따라 곤혹을 치렀음에도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해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교수가 몸담았던 정치외교학부 관계자는 "유명 학회지에 실린 논문이면 일단 표절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며 "좋은 교수를 데려오는 게 임용ㆍ승진 평가의 목표이기 때문에 표절 여부보다는 논문의 질과 학계의 평판이 평가 대상"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연구자에게 도덕성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며 "연구실적으로 학과 평가를 받다 보니 성과만 우선시 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씁쓸해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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