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현재 신규 예금 평균금리 연 2.85%, 최근 2년 간 주가 상승률 -5.5%, 지난 3년여간 서울지역 아파트 평당 가격 상승률 -11%….
경기 침체로 각종 자산의 투자가치가 하락하면서 돈을 갖고도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재테크 빙하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노후 대비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자산 증식마저 차단된다면 국민들의 미래가 심각한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 접근과 자산관리서비스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부유층과 일반 국민 간 자산 격차도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저금리 등 투자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개개인이 적응을 서두르는 한편, 최소한의 합리적인 수익 추구를 도울 금융자문 서비스 등 재테크 인프라 조성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의 3대 악재가 겹치면서 어느 자산에서도 예전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재테크 빙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금금리가 연 1~2%대로 추락함에 따라 은행에 돈을 맡겨도 사실상 물가와 세금을 감안하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 들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인 선진국 증시와는 달리 수년째 2,000선 안팎을 맴도는 주가는 직접 투자는 고사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펀드 실적마저 마이너스로 끌어내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대규모 부양조치에도 부동산 투자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이런 재테크 환경의 구조적 변화는 은퇴 세대에게 심각한 위기다. 전통적인 노후 안전판이던 예금, 저축성 보험, 퇴직연금 등의 금리가 줄줄이 낮아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노후소득은 더욱 쪼그라드는 반면, 이런 상황을 벗어날 만한 투자 대안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피델리티자산운용과 서울대의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도시근로자 노후소득의 절반 이상(57.9%)은 개인 저축으로 충당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테크 빙하기가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금금리는 성장률 수준을 따라가기 때문에 지금의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더라도 연 4%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인구구조상 부동산 가치는 장기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양적완화의 힘으로 지탱되는 주식ㆍ상품시장 역시 언제 꺼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국민 모두 재테크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고 기대수익률 재조정, 은퇴 후 노동소득 창출 같은 노후 대비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저성장 시대의 재테크 지식은 한층 복잡하고 어려워질 게 분명한 만큼 현재 부유층에 편중된 투자 상담 인프라가 중산층에까지 확대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