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무렵에 은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기는 직장인 박모(41)씨는 벌써부터 좌불안석이다. 가진 재산이라곤 대출 받아 산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와 은행예금 1,000만원이 전부다. 자녀 교육비와 노후자금 등을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지만 막상 재테크를 시작하려 해도 아는 게 없다. 은행과 보험ㆍ증권사 어느 곳도 종잣돈 1,000만원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금융자산만 30억원이 넘는 최모(43)씨는 전문가들의 쏟아지는 재테크 제안에 행복한 비명이다. 최씨가 돈을 맡긴 대형 증권사는 재무설계, 부동산, 상속ㆍ증여ㆍ세무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엔 상속 받을 부동산과 관련해 PB센터 부동산 전문가에게서 해당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한 분석을 듣기도 했다.
재테크로 자산을 불리는 일은 소득 수준을 떠나 모든 계층의 관심사다. 하지만 현실에선 소득과 자산이 많은 부자에게만 재테크 정보가 몰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기회의 격차는 자연히 성과의 차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성인 1,068명을 대상으로 금융이해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재테크를 할 때 알아둬야 할 복리 개념, 분산투자 효과 등 기본 금융지식을 비롯해 평소 재무상황을 점검하는지, 장기적으로 재무목표를 설정하는지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소득 계층별 차이가 뚜렷했다. 가계소득 월 260만원 미만 저소득층은 22점 만점에 13.4점에 그쳤지만 월 44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15.3점을 기록했다.
이는 소득에 따른 재테크 정보 접근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재무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재테크 노하우를 알려주는 대상은 대부분 은행과 증권사의 PB센터 고객들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국내 부자는 2012년 기준 15만6,000명에 달하고, 이들의 평균 총자산은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대다수 중산층은 사실상 '재테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도 본인 의지에 따라 재무설계 컨설팅 회사나 보험설계사 등과 접촉하긴 하지만, 상품 판매 수수료가 기본적인 목적인 구조 상 제대로 된 조언을 받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상품 판매와 연관되지 않고 자문서비스만 제공하는 금융상품자문업을 신설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을 담은'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자산운용 전략 등에 관해 독립적으로 컨설팅만 제공해주는 업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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