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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이란 등 아시아 영화, 초반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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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이란 등 아시아 영화, 초반 주도권

입력
2013.05.1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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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과 레인코트, 목도리. 제66회 칸영화제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날씨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1년 내내 청명한 하늘로 인해 코트 다쥐르(푸른 해안, Cote d'azure)로 불리는 칸은 연일 쏟아지는 비와 회색 하늘, 쌀쌀한 바람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다. 궂은 날씨로 인해 파티 장소가 바뀌고 야외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이어졌고, 대목을 기대한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영화제가 가장 떠들썩해지는 토요일엔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려 축제의 중심인 크루아제 거리가 오히려 더 한산해 보이기도 했다. 15억원 상당의 명품 보석이 도난 당하고 레드카펫 행사 중 총기 발사 사건이 벌어지는 등의 뉴스가 오히려 영화제를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15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로 막을 연 이번 칸영화제는 18일(현지시간)까지 총 19편의 경쟁작 중 7편을 공개했다. 영화제 초반은 아시아 감독들이 주도권을 잡았다. 중국 감독 지아장커의 '터치 오브 신'과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라디가 프랑스에서 만든 '더 패스트'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벌써부터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배금주의에 물든 중국 사회를 강렬한 폭력으로 묘사한 '터치 오브 신'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중국의 어두운 면을 고통스럽고 풍자적이며 분노에 찬 시선으로 전달한다"며 별 4개 만점에 3개를 줬다.

영화제 초반 상영작 중엔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2011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던 파라디의 '더 패스트'는 벌써부터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 프랑스 내 15개 매체의 평점을 싣는 영화전문지 '필름프랑세'에서 6개 매체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다.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작품은 파경을 맞은 부부를 통해 책임감과 죄책감, 선택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라이크 파더 라이크 선'은 6년이 지난 뒤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부부의 딜레마와 심리 변화를 통해 가족의 조건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다. 감독의 전작들보단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매력적인 영화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26일 폐막하는 칸영화제는 후반부에 짐 자무시, 로만 폴란스키, 니콜라스 윈딩 레픈, 알렉산더 페인 등 유명 감독들의 영화가 몰려 있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영화가 단편 부문을 제외하고 공식 부문이나 감독주간, 비평가주간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한 것은 2001년 이후 12년 만이다. 올해 경쟁부문에 일본영화 2편과 중국영화 1편이 진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봉준호 등을 이을 만한 감독들이 부재한 결과다. 대신 해외 영화계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영화의 해외 시장 확장이다.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18일자 칸영화제 데일리에서 배우 이병헌과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해외 진출이나 '도둑들' '7번방의 선물'의 흥행을 들며 "현재 한국 영화제작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칸=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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