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으로 상대국에 들어가면 그게 침략이다."
1995년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등 정치인들의 망언에 쐐기를 박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일자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인터뷰에서 "침략에 절대적 정의는 없다"는 아베 총리의 주장에 "별 희한한 이야기를 다 듣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의도를 모르겠다"며 "담화를 부정한다면 한국, 중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와 미국이 비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군이 위안소를 설치하고 관리한 것이 확실하다"며 "군 작전상 필요에 의해 위안부를 설치한 이상 군이 한 것은 틀림없다"고 강제성을 인정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 발의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헌법 96조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개헌의) 내용도 모른 채 96조만 바꾸는 것은 개헌을 쉽게 하기 위한 기만 행위"라고 비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18일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이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이고 역사에 관해 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아베 총리의 발언보다 더 분명하게 역사 수정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시하라 대표는 "더글라스 맥아더도 미국 의회에서 일본이 자위를 위해 전쟁을 했다고 증언했다"며 "(식민지 지배 등은) 근세 유럽의 백인이 모두 한 것이며 당시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시대였다"고 일본의 침략을 부정했다.
이시하라의 주장은 "패전의 결과론으로서 침략을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어서 두 극우 정치인의 관계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시모토는 "위안부는 필요했다" "주일미군은 풍속업소를 이용해달라"고 발언한 이후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연일 해명하고 있는 가운데 이시하라의 발언이 나오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극우 정치인들의 망언은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72.1%에서 이번 달 70.9%로 떨어졌다. 7월 참의원 선거 지지 정당으로 자민당을 꼽은 응답자도 4월에 비해 1.9%포인트 하락한 44.4%를 기록했다. 4월 8.5%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한 일본유신회는 이번 조사에서 5.7%로 나타나 자민당, 민주당에 이어 정당지지도에서 3위로 밀려났다.
하시모토 등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18일 "급조된 선거용 정당" "정당으로서 성숙도가 부족하다"며 일본유신회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앞서 17일에는 다함께당이 일본유신회와 선거협력 포기를 발표하는 등 일본유신회가 기피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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