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불편한 장애인이 부모와 함께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등반에 나선다. 주인공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창일(22)씨와 어머니 최영미(53)씨, 자폐증을 앓는 김동현(19)군과 아버지 김성재(46)씨. 이들은 올해 2월 사회적기업 ㈜수레가 꾸린 '장애인 히말라야 행복 원정대'에 선발돼 20일부터 14박15일 일정으로 해발 5,357m인 네팔 히말라야 산맥의 고쿄 정상(Gokyo Peak)에 도전한다. ㈜수레는 경기 성남의 장애인 학교인 혜은학교 등 세 학교 학생들이 재활활동의 일환으로 애완동물 장신구를 만들어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기업으로, 장애인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일반인도 쉽지 않은 도전에 용기를 낸 이들은 "2월부터 매주 남한산성과 청계산을 오르내리며 훈련해 왔다"며 "꼭 성공해 다른 장애인과 가족에게도 희망을 심어주겠다"고 말했다.
올해 2월 혜은학교 전공과(전문대 과정)를 졸업한 김창일씨는 입학 직후인 2011년 4월부터 남한산성 등을 산행하는 방과후학교 '아빠와 함께하는 희망트레킹'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훈련해 왔다.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아 2010년 11월 수술한 뒤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해오던 어머니 최씨도 건강관리 차원에서 창일씨와 함께하다 원정대에 나섰다. 최씨는 "새처럼 다리가 가늘어 힘이 없는 창일이의 하체 강화를 위해 트레킹을 시작했다"며 "처음엔 조금만 걸어도 짜증부리던 아이가 이제는 매봉산 꼭대기를 오르내릴 정도로 체력이 향상되고 끈기도 생겼다"고 말했다.
"창일이가 하산할 때 계단에 발을 못 디딜 정도로 떨던 고소공포증도 어느 정도 극복했어요.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지만, 우리 모자가 최선을 다해 정상에 올라서 자신감도 갖고, 다른 장애인과 가족에게도 큰 용기를 주고 싶어요."
김성재 김동현 부자는 입양 가족이다. 결혼 후 아이가 없었던 김성재씨와 아내 황보정희(45)씨가 태어난 지 이틀 된 동현군을 입양해 19년간 키워온 것이다. 동현군을 키우면서 오히려 배운 게 많다는 황보씨는 "인내심과 상황 판단이 부족하지만 그 동안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로 운동을 많이 해 체력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이번 경험이 동현이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정대에는 산악안전요원 4명, 다큐멘터리 촬영팀 2명, 후원자 겸 멘토 3명도 동행한다. 아쿠아리스트(수족관 전문가)로 개인사업을 하면서 이번 행사를 기획ㆍ후원한 ㈜수레 이갑주 대표는 "2009년부터 혜은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내 삶을 반성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우기도 했다"며 "학생들에게 거친 세상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