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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한택식물원 이택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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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한택식물원 이택주 원장

입력
2013.05.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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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99% 가 식물원 잘 몰라전문가들도 유럽 관광객보다 못 해가치 있는 자생식물 1000종 불과한국은 식물주권에 반대해야 국익■ 식물원법도 없는 나라외국선 수목원이 식물원의 일부수목원법 있고 식물원법 없는 한국법 없으니 식물원 지원 근거 없어■ 목장 하다 식물전문가로외국 견학, 한국 첫 식물원 개원 결심전국 다니며 채집… 신종도 많이 발견서식지 사라져 신종 인정안될 때 답답

5월은 우리나라 국토에 가장 꽃이 많이 피는 달. 야생화를 찾아 산으로 떠나는 여행도 활발하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 비봉산 자락 22만평에 자리잡은 한택식물원도 이 철이면 갖가지 자생식물은 물론 외국에서 들여온 온갖 식물로 꿈에서나 볼까 싶은 황홀경을 연출한다. 전세계 2만4,000여종의 식물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식물자원을 갖춘 곳. 2001년 환경부가 지정한 희귀 멸종위기식물 서식지외 보전기관이기도 하다.

국내에 식물원 개념이 희박하던 1979년에 문을 연 이곳은 전국의 자생식물을 채집 보전한 결과 요즘 한창 제철인 병아리꽃나무를 비롯해 가침박달나무, 깽깽이풀 등 중요한 자생식물을 원예종으로 발굴한 산실이면서 동강할미꽃을 비롯한 수많은 미기록종을 발굴하는 계기가 된 식물원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미기록종이 몇 개 자라고 있다. 이들은 왜 아직도 미기록종인지 더 많은 식물자원을 갖기 위해 우리나라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동안 잘못 해온 것은 무엇인지 이택주(72)원장을 만나서 들어보았다. 그는 질문부터 던졌다.

"식물원이 뭐하는 데라고 생각해요?"

-그거 과거 인터뷰에 다 나오던데요. 식물의 종을 보존하고 연구하고 교육시키는 데다.

"하하하. 우리 국민의 99%가 식물원이 뭐 하는 데인지 몰라요. 식물은 더 몰라요. 꽃은 할미꽃만 알고 나무는 진달래밖에 몰라요. 전문가들도 유럽의 관광객보다 못해요. 외국인들은 식물이름을 속명까지 알아요. 속명을 아는 게 왜 중요하냐면 속명에 따라 키우는 법이 같아요. 모란이나 작약이 모두 피어니(peony)속이거든요. 둘 다 그늘을 좋아해요. 비비추는 호스타(hosta)계열이거든요. 나무그늘 축축한 데 심어야 해요. 옥잠화도 호스타인데 햇볕 아래 심고 있어요."

-식물원이 다루는 식물은 모든 식물입니까?

"관상가치가 있거나 약초나 나물로 먹거나 자원으로 이용가치가 있는 걸 대상으로 해요."

-우리나라는 자생식물로 따지면 세계에서 경쟁력이 어느 정도가 됩니까?

"꼴찌예요. 전세계 식물이 25만종쯤 돼요. 남아공은 희망봉에서 나는 식물만 8,000종이에요. 그게 다 약초나 향신료로 자원가치가 높은 거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3,500종, 변이종을 합쳐도 4,000종이에요. 잡초 빼고 가치 있는 식물은 1,000가지 정도를 꼽거든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멍청하게 식물주권을 주장해요. 이런 건 남아공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나 중국 미국처럼 식물자원이 많은 나라가 주장하는 거에요. 산림청 관계자들 만나서 겨우 못 하게 했더니 환경부에서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에 2002년) 가입을 했네요. 내가 우리나라 야생화, 자생식물을 제일 먼저 키운 사람이잖아요. 전국을 다니면서 목숨 걸고 수집한 것도 있어요. 자생식물에는 정이 많지만 국익은 다른 차원이에요. 우리는 식물주권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야 국익에 맞는 겁니다. 그리고 유엔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 식물원법이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 밖에 없어요. 기초가 없는데 무슨 경쟁력이 있겠어요?"

-식물원법이 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식물원은 보타니컬가든(botanical garden)이고 수목원은 아보레툼(arboretum)이에요. 외국에는 큰 식물원이 있으면 수목원은 그 일부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수목원법은 있고 식물원법이 없어요. (1998년에) 수목원법이 만들어진 게 나 때문이에요. 헬무트 콜 총리 부인이 93년에 방한했을 때 자생식물을 보여달라고 해서 여기를 왔어요. 우마차가 다니던 시절인데 한 시간을 본다고 했는데 세 시간을 보고 갔어. 그 다음에 분재원을 모셔 갔는데 그건 식물학대라고 안 보겠다. 그게 기사가 났어요. 우리나라가 94년에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할 무렵 일본도 가입을 했어요. 그러면서 일본에서 야생화 붐이 일어났어. 일본이 하면 우리나라도 꼭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야생화 붐이 났어요. 동아방송 부회장 지낸 안국정씨가 KBS 본부장 때에 여기를 와보고 야생화에 꽂혔어요. 일요스페셜 피디한테 '우리나라 종이 사라지고 있다' 로 두 시간짜리를 만들게 한 거야. 이걸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최양부 청와대 농수산 수석이 봤어요. 그 분이 농림수산부 장관하고 산림청장을 설득해서 식물원법을 입안해서 국회에 제출을 했더니 환경부가 반대를 하는 거야. 식물은 자기들 소관인데 왜 너희가 하느냐. 그래?할 수 없이 식물원법이 수목원법이 됐어요. 작년 5월인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그만 두기 직전에 여기를 왔어. 내가 또 말했지. 유엔하고 OECD가입국가 중에 식물원법 없는 나라가 있냐고. 그래서 식물원법을 만드니까 이번에는 산림청이 죽기살기로 반대를 해요. 그래서 환경부에서 동식물원법으로 의원입법을 시키자 그랬는데 국회의원 선거가 오니까 다 흐지부지되고 말아버렸어. 법이 없으니까 지원근거가 없어요. 여기 매년 20만명이 찾지만 8만명이 학생이라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지탱이 안되거든요. 어느 나라나 식물원은 정부 지원으로 유지가 되는 거예요."

-한택식물원도 희귀멸종위기식물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원은 받지요?

"매년 2억 정도 지원을 받는데 자생식물 보전하고 복원사업 해주는 데 다 들어가요. 종자전쟁이라고 하잖아요. (자생식물이 아니라) 전세계 식물 중에서 쓸모있는 식물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 그걸 국가에서 해요. 지구상에서 누가 제일 식물을 많이 보유했느냐. 영국이 4만5,000점 독일이 5만점 미국이 6만점. 그런데도 미국은 5년 주기로 농림부가 우리나라 교수들한테 프로젝트를 줘요. 없는 종이 나오면 확보하는 거지요. 식물원에서 미래의 먹을 거리가 나오니까. 남미도 가보면 국가가 돈을 들여서 청소년들한테 식물원에서 교육을 엄청나게 많이 시켜요. 10만명이 배우면 그 중에 10명은 이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나온다는 거예요. 이 일이 석사 박사 따도 장화신고 삽들고 해야 하는 거잖아요. 좋아하지 않으면 못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학자가 없어요. 식물학이 워낙 초기단계니까 식물이름만 많이 아는 식물분류학이 제일 대접을 받아요. 식물이 어디서 자라고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거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발전이 없어요."

-원래는 한양대 토목공학과 나오셨다는데 어떻게 해서 식물전문가가 되셨나요?

"설계회사에 들어가 도시설계를 했어요.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모일 때라 도시설계 일이 많았어요. 여관방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일만 하니까 어느 날 돈 버는 것도 일에 묻혀 사는 것도 지겨운 거예요. 그때 젊은 사람들의 선망이 고향에 가서 푸른 초지 만들고 젖소 키우는 거였어요. 그래서 73년에 고향인 이곳에 들어와 목장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망하는 지름길이더라고요. 젖소는 방목하면 인건비 정도 나오는데 한우는 150만원 정도 주고 사서 3년을 기르니까 90만원. 방목을 하니까 (산)사태가 나잖아요. 그래서 관상수를 많이 심었어요. 관상수를 심고 보니까 많이 죽어. 전문가들한테 물어서 심으면 더 잘 죽어. 그러면 선진국이라는 데는 어떻게 하느냐 싶어서 유럽을 30여개국을 돌았어요. 77년인가 그런데 가는 데마다 식물원이 있어요. 거기 가서 보니까 묻지 않아도 내가 잘못 심었구나 알 수 있었어요. 돌아와서 찾아보니 유엔에 가입한 나라 중에 식물원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그래서 식물원을 세우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런데 70년대에 우리나라 식물을 파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요. 내가 전국을 다니면서 채집을 했어요. 우리나라 식물계의 태두가 유달영(1911~2004)선생인데 그 분의 제자인 이창복(1919~2003) 선생이 식물이 어디 있는지를 많이 일러주셨지. 이영노(1920~ 2008) 선생은 자생식물을 사진 찍어서 도감 내려고 많이 왔지. 그러면 그 보답으로 여기 없는 걸 가르쳐줬어요. 채집여행을 가면 여러 날 걸려도 비용을 꼭 자기가 내요. 신종을 발견하려면 나한테 잘 보여야 하거든. 하하하. 나보다 스무살 위지만 친구처럼 지냈어요."

-신종도 많이 발견했겠어요.

"이영노 선생이 여기 와서 신종을 10개 이상 했어요. 딱 하나 동강할미꽃만 나와 공동발표했어요. 태백기린초 둥근잎정향나무에 별꽃은 여러 개가 있지만 보고는 이영노 선생이 하는 거지. 대신 백두산이라도 가면 꼭 뭘 갖다 줘요. 상부상조하는 거지. 하하하."

-신종을 찾고도 이름이 안 들어가면 억울하지 않나요?

"나는 식물학자가 아니잖아요. 식물 가꾸는 사람인데 그런 거에 욕심이 없어. 그것보다는 서식지가 사라져서 신종 자체가 인정이 안될 때가 답답하지요. 희귀멸종식물로 환경부 지정을 받아야 보전작업도 할 수 있는데 환경부 고시도 문제가 많아요. 삼백초 같은 거는 우리 수생식물원에 발에 밟혀서 캐버려야 하는 건데 희귀멸종위기식물이래. 내가 점봉산에서 알파인(고산식물) 흰제비꽃을 하나 발견을 했어. 방석처럼 뭉쳐서 나고 꽃은 크고 키는 작고 참 예뻐. 이건 멸종위기식물로 빨리 해야 하는데 환경부에서 콧방귀도 안 뀌어요. 일월비비추와 비슷하면서 꽃이 하나로 피는 신종을 발견했어요. 호스타는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4대 원예식물이니까 이건 귀중한 자원이거든요. 성균관대 교수한테 신종 등록을 하라고 줬어요. 신종등록은 자생지에서 확인이 되어야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자생지에 낙엽송이 우거져서 자생지가 사라져 値횡楮? 그래서 신종등록이 안돼."

-건물 지을 때 환경영향평가를 하듯이 수목을 새로 심을 때도 식생조사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건 안하고 전문가들이 나무만 심으면 좋은 건 줄 알아요. 나무만 심다 보니까 자연초지가 다 없어졌어. 초지가 희귀식물의 보고인데. 우리나라 국토의 결점이 초지가 없다는 건데 원래 없었던 게 아니에요. 백두대간을 따라서 능선쪽으로 대관령부터 태백산까지 고원초원이 많았어요. 이걸 산림청이 망친 거야. 풀뿌리는 토양균하고 공생을 해요. 풀이 많은 지역은 토양이 부식이 잘돼 있어. 토심이 깊어요. 그게 옥토야. 유럽이나 미국은 토양부식률이 65%예요. 풀이 많으니까. 스위스 생각해봐요. 산림도 울창하지만 초원이 많잖아요. 삽만 대면 땅이 푹푹 들어가요. 풀은 물도 더 잘 흡수해요. 물 부족 이야기를 하는데 나무가 많으면 가랑잎이 쌓이잖아요. 가랑잎에 물 부어봐요. 그대로 흘러내려요. 가랑잎이 쌓이면 곰팡이균이 생겨서 토양균을 죽여버려요. 우리나라는 토양부식률이 5%나 될까. 이게 다 풀이 없어서예요. 몇 안 되는 초원고지만 옥토인데 거기까지 낙엽송을 심으니까 낙엽송이 너무 잘 자라잖아. 그러니까 초지가 사라지고 희귀식물 다 없어진 거야. 산림녹화가 국토를 망친 거야. 금대봉이 우리나라 최고의 자생식물 군락지에요. 거기도 산림청이 낙엽송을 심었어요. 지금 산림청 차장인 김용화씨가 동부지방 산림청장을 할 때 내가 금대봉에 있는 낙엽송 베라고 했어. 그 양반이 직원들한테 말을 했더니 직원들이 '국가 돈을 들여서 조림을 잘해놓았는데 이걸 베면 누가 책임을 집니까?' 그러더래요. 그래서 그 양반이 책임지겠다고 하고 일부만 베었어요. 나무하고 풀하고 조화 있게 살아야 된다는 걸 이제라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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