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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스미스 요원처럼… 공간이동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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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스미스 요원처럼… 공간이동이 현실로?

입력
2013.05.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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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필요한 곳마다 순간적으로 이동해 찾아가고, 나 대신 내 일을 싹 마무리해주는 또 다른 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게다.

이론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물리학자들이 공간 이동과 원격 복제 기술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다만 실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학에게도 사람은, 너무나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보 손상 거의 없이 순간이동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 국제공동연구팀이 공간이동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실험실 한 쪽에서 만든 레이저 빛을 다른 한 쪽으로 수초 만에 90% 이상 동일한 상태로 이동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시도돼 온 여러 공간이동 실험에서 모두 이동 후의 상태가 이동 전에 비해 크게 손상된 걸 감안하면 획기적인 기술 진보다. 이번 연구에 초기 아이디어를 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현석 교수는 "좀 더 효율적, 안정적이고 신뢰도 높은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고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텔레포테이션은 말 그대로 물체를 한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원격이동은 양자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대상일 때 가능하다. 양자 상태는 사람의 눈에 보이는 거시 세계에는 없다. 광자나 전자, 원자 등 미세 세계의 아주 작은 물질들이 이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양자 상태의 두 물질은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서로 연결되는 게 가능하다(얽힘). 이렇게 얽혀 있을 때는 한 쪽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다른 쪽에도 영향을 미친다. 둘이면서도 하나인 상태라는 얘기다. 몸은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은 통하는 연인 사이처럼 말이다.

양자 상태일 때 한 쪽 물질을 낱낱이 분해해 얼마나 많은 입자로 구성돼 있는지, 각 구성 입자가 어느 위치에 존재하는지, 입자들 간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같은 다양한 정보를 추출한 다음 이를 컴퓨터와 케이블 등을 통해 원하는 장소로 전송하는 게 바로 텔레포테이션 기술이다. 정보를 받은 장소에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물질을 다시 조립해 원래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낸다. 분해부터 조립까지의 과정은 빛의 속도에 가까울 만큼 빠르다. 이렇게 해서 한 물질이 다른 장소로 순간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광자(빛 알갱이) 하나라면 현재 기술로는 100km 떨어진 거리도 순간이동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동 후의 상태다. 이동하는 동안 많은 정보가 파괴되고 손실되는 탓에 이동 전과 100% 똑같을 수가 없다. 원래 상태와 최대한 가깝게 공간이동 된 상태로 만들려면 이동 후 다시 양자 정보를 증폭시켜야 한다.

이런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정 교수는 레이저가 이동하는 도중에 빛의 세기가 강한 부분의 정보를 미리 증폭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일본 국립정보통신기술연구소(NICT) 연구팀과 함께 이렇게 증폭된 빛을 수신한 뒤 적절하게 필터링한 결과 원래와 거의 같은 레이저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보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공간이동이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12일자에 실렸다.

양자컴퓨터가 더 현실적

사람도 세포와 분자, 원자 등 미시 세계의 입자로 이뤄져 있으니 이론적으로는 텔레포테이션이 가능할 것 같다. 영화 '매트릭스'의 스미스(휴고 위빙) 요원이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싸울 때마다 선보였던 순간이동도 현실화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사람은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게 대다수 물리학자들의 견해다. 정 교수는 "세포 하나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사람을 텔레포테이션 시키려면 아마 수천~수십만 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펼친 현란한 기술에는 텔레포테이션뿐 아니라 텔레클로닝(Telecloning)도 필요하다. 공간이동을 하면서 동시에 원격으로 자기 자신을 계속 복제(클로닝)해내기 때문이다. 빛을 이용한 텔레클로닝도 현실에서 이미 성공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텔레포테이션은 이론적으로 원래 상태와 똑같이 이동시킬 수 있지만, 텔레클로닝에선 양자역학적으로 완벽한 복제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미스가 여기저기에 여러 명 만들어지더라도 원래보다 어딘가 모자란 스미스가 될 거라는 소리다.

사람 원격이동보다 좀더 현실적인 게 양자컴퓨터다. 이미 군사용 등 특수한 목적으로 양자 상태의 얽힘을 응용해 만든 간단한 양자컴퓨터가 쓰이기 시작했다. 보통 컴퓨터가 0 아니면 1의 두 가지 전기신호로 작동하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복잡한 양자 상태를 중첩시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기존 컴퓨터로는 어려운 난해한 암호 해독이나 방대한 데이터 검색이 가능하다. 정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拷?대체할 만큼 보편적으로 상용화하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복잡한 물리 현상의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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