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접촉이나 협박 없이 피해자를 바라보면서 음란행위를 했다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유상재)는 출입문을 막아선 채 여성을 바라보며 자위행위를 한 혐의(강제추행) 등으로 기소된 유명 연예인 매니저 A(25)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나머지 모든 성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 징역 5년에 정보공개 6년,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사무실로 출근하던 여성 B씨를 따라가 몰래 자위행위를 하다가 A씨가 소리를 지르자 사무실 문을 가로 막은 채 B씨의 눈을 응시하며 자위행위를 계속했고 검찰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 혐의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폭행·협박을 통해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며 “B씨 사건에서는 신체 접촉을 하거나 힘을 가한 정황이 없고, 문을 막아선 행위 만으로는 강제추행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위행위를 보도록 강요하거나 위협적인 언행을 하지도 않아, 행위에 강제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법원도 지난 1월 엘리베이터 안에서 11세 여학생을 앞에 세워둔 채 자위행위를 한 20대 남성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를 적용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신체접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아 강제추행 혐의 적용은 어려우나, 도망가기 어려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신체가 큰 어른이 연약한 여학생이 보는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것은 심리적인 위압감을 주기 충분한 행위로 보여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혐의는 형법상 강제추행보다 폭넓게 적용되는 것으로, 구체적 협박이나 강압이 없더라도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했거나 당시 객관적 정황이 피해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상황이었으면 적용이 가능하다. 강제추행보다 형량의 상한선이 낮다.
비록 A씨의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로 인정됐지만, 재판부는 A씨가 부산의 한 백화점 계단에서 또 다른 여성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행위와 A씨가 3명의 여성을 성폭행·추행한 혐의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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