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권의 최대 후원국인 러시아가 미국의 무기공급 중단 요구에도 불구, 시리아에 더욱 첨단화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 보도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 양측이 참여하는 평화회담 개최에 합의했던 7일 외무장관 회담 이후 본격화한 양국 공조가 초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대함 순항미사일 야혼트의 개량형 모델을 최근 시리아에 공급했다”며 “고성능 레이더가 탑재돼있어 러시아가 2년 전 시리아에 공급한 구형 야혼트에 비해 적중률이 높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항공모함 및 구축함을 타격하는 대함미사일을 시리아에 공급한 것은 국제사회가 해상을 장악해 반군 지원에 나설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최근 시리아 타르투스 군항에 전함 10여척을 증파했다는 보도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 인터내셔널 디펜스 리뷰’의 닉 브라운 편집장은 “야혼트는 뛰어난 ‘항모 킬러’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해상 봉쇄나 비행금지구역 설정 조치를 취해도 군사작전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음속 비행,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으로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야혼트는 이동 발사가 가능해 지상 타격도 쉽지 않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시리아와 맺은 무기거래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신규 계약은 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절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잇따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시리아 무기 공급의 중단을 요청했었다.
미국 역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거듭 요구하며 러시아와 신경전을 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터키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과 터키 양국이 알아사드가 권력을 과도정부에 이양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리아의 난국을 단번에 해결할 묘책은 없다”며 “미국이 단독으로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 공조를 통한 사태 해결을 재확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는 시리아 정권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는 확증을 보여야 한다”며 미국을 거들었다.
이날 미국, 영국, 프랑스는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리아 평화회담을 열기 위한 예비회담을 가졌다. 회담에는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자크 오디베르 프랑스 외교부 정치국장 등이 참석했다. 러시아는 평화회담에 시리아의 또다른 우방인 이란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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